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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standing Poetry with Prof. Meng

(사진: 김서경)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진달래꽃, 매문사, 1924>

초혼(招魂)이란 사람이 죽었을 때 육체를 떠나는 영혼을 부르는 일입니다. 임종 직후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서, 죽은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댄 채,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혼을 세 번 부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초혼은 고대로부터 전해온 것으로 사람이 죽으면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다는 사고와 원초적인 주술 사고가 바탕에 있습니다. 그만큼 죽은 이를 살리고자 하는 유족의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지요.

1연에서는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육신이 없는 이름을 부르는 슬픔이 여실합니다.

2연에서는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라고 사랑하는 그에 대해 고백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3연과 제4연에는붉은 해는 서산 나무에 걸리었다./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라고 광막한 공간에서 느끼는 허무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5, 즉 마지막 연은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라고 망부석(望夫石)에 비유되는 슬픔이 토로되고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인연을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그 사람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는 처절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인간의 운명입니다. 그래도 처절한 의지로 슬픔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이 시를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소개하면서행복이란, 뜨거운 사랑을 남에게 주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다라고 러시아의 소설가인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초혼」의 작품에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모습을, 보수도 없이 조건도 없이 무조건 사랑을 주는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엄마 사슴이 새끼 사슴을 품듯, 태양이 지상에 있는 초목들에게 빛을 보내주듯, 목숨을 건 무진장한 사랑을 본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가에 신경을 쓰는데, 「초혼」 작품은 사랑하는 가치를 인식시켜주고 있습니다.

독일계 미국인으로서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그리고 인문주의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하는문제가 아니라받는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랑을하는문제로 여기고 실행할 때 보다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김소월 시인의 작품 「초혼」에서 그 점을 발견하고 사랑의 실천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는 자신도 사랑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사랑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사랑을 받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무한하게 품는 것입니다. 이렇듯 결함 투성이의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위대한 행동인 것입니다.

그런데 「초혼」 작품에서 이 세상을 떠난그 사람을 시인과 인연이 깊은 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일제의 강압적인 지배에 의해 신음하는 조국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시는 일제에 의해 빼앗긴 국권의 회복을, 다시 말해 민족의 해방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소월 시인의 깊은 민족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김소월 시인의 그 민족의식을사랑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따라서 점점 민족의식이나 역사의식 같은 가치가 자본주의가 조종하는 시장 가치에 의해 밀리거나 훼손되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며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시의 해석과 그 느낌 따라가기: 맹문재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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