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D. Lee, Kang Hwa, Gae Myung University>
4) 에드워드 P 톰슨
톰슨,Edward Palmer Thompson(February 3, 1924-August 28, 1993)은 사실 우리에게 문화이론가라기보다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역사관은 항상 아래로부터의 역사, 즉 민중의 능동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로부터의 역사라할 수 있는 제도나 구조에 관한 역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제도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역사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다. 그의 대표작인 <영국 노동계급의 형>은 호가트와 윌리엄즈의 저작들보다 시기적으로 약간 늦었지만 톰슨의 이러한 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서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톰슨은 역사는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특정 주체에 의해서 끊임없이 전개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역사적 특수성에 경험적으로 기초하면서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이라는 역사적 행위의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계급형성에 문화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정리하고 있다. 계급은 딱딱한 범주가 아니라 대립되는 이해 관계에 대한 감정과 대립이 나타날 때 비로서 생기는 역사적 현상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문화에 해당하는 집단적 상호주관성 collective inter – subjectivity 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계급의식이란 문화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계급 경험이기에 역사에 대한 톰슨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문화적 전통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계급의식과 문화가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톰슨은 ‘경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에 따르면 경험이란 “서로 연관된 여러 사건이나 여러 번 되풀이되는 같은 종류의 사건에 대해서 개인이나 사회 집단이 보여주는 정신적, 정서적 반응”이다. 따라서 경험이야말로 인간의 창조적 가능성의 터전이며 현실에 대한 이해를 획득하고 각성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정통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사회적 의식을 단순히 사회적 존재의 반영으로 파악한데 반해서 톰슨은 존재와 의식 사이에 경험이라는 매개체를 끼워 넣는다. 사회적 존재조건, 즉 구조가 인간에 그대로 압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험을 통해서 구조와 대화하는 형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율적일 수 없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새롭게 닥치는 경험에 대응해 나가는 방식에서 배우고 깨달으며 다시 주어진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계급도 이와 같이 사람들이 생산관계를 경험해 나가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조건들을 경험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톰슨이 보기에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끊임없이 자연과학의 법칙과 역사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톰슨의 이러한 문화와 계급에 대한 관점은 당연히 구조주의자들의 역사 유물론과 대립하게 된다. 그가 보기에 구조주의자들의 사회이론은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기계론적이어서 여전히 토대/상부 구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문화를 사회적 존재와 사회적 의식간의 변증법에 위치시키면서 윌리엄즈의 <장구한 혁명>에서 보인 진화적 접근법을 반대했다. 대신에 톰슨은 문화와 계급문화 계급형성 계급투쟁에 대한 연계 사이의 투쟁 긴장 및 갈등을, 다시 말해서 삶의 어떤 한 방식의 진화가 아니라 삶의 여러 방식들 사이의 투쟁을 강조했다. 윌리엄즈와 달리 톰슨은 마르크스주의 전통 내에서 문화 이론을 전개하였고, 윌리엄즈가 문화를 ‘총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정의한 데 반해 톰슨은 문화를 삶의 방식간의 갈등으로 개념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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