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of Culture (이강화 박사의 일요 문화 산책)

<Ph D. Lee, Kang Hwa, Gae-Myung University>

2) 자유주의 페미니즘

서구 여성운동의 태동에서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여성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준 것은 바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이론적 배경은 계몽주의 사상과 근대의 합리주의 정신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성 억압의 원인이 가부장제나 자본주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이성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을 본다. 이성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동등하게 있기 때문에 남녀는 모두 이성적 존재로 동등하다. 모든 사람이 이성적 존재로서 동등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보편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남성들은 여성들이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감성적 존재라고 본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우리들에게 뿌리깊게 남아있는 이러한 남성 중심의 관행에 맞서 인간의 본성이 이성이라는 자유주의 원칙을 여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19세기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경제적 기회도 똑 같이 제공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합리성의 개념에 근거하여 여성의 평등을 주장하였다. 이들이 말하는 합리성에는 인간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추구한다는 도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아 실현적인 요소도 있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성들이 감성적으로 보이는 것은 여성들의 타고난 본성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가정에 얽매이게 하여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이나 사회적 진출을 제한해 온 사회적․문화적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즉 여성 억압의 문제를 다른 페미니즘처럼 가부장제나 자본주의에 두지 않고 사회제도나 문화 등 삶의 여러 분야에서의 남성의 편견에 의해서 여성들을 소외시킨 데서 온 결과로 본다.

하나의 고립된 사상이었던 페미니즘은 20세기에 들어 대중적이고 실천적인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서구에서 페미니즘은 1960년대의 문화적 혁명을 거쳐 1970년대에 급격히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에서 전국 여성 연합 Natioal Organization for Women 은 페미니즘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60년대-70년대는 페미니즘이 확산되면서, 특히 서구에서 여성의 지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여성의 행복이나 진정한 해방에 기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여성계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베티 프리단의 작업은 페미니즘의 실제적 공헌에 대한 논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프리단은 60년대에 널리 읽힌 <여성의 신비>라는 책에서 여성 해방을 여성 자신의 초인적인 노력에 의한 사회 권력의 획득에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여성이 전업 주부가 된다는 것이 사회적 신화와는 달리 얼마나 의미 없고 좌절스러운 일인가를 역설하고 집밖에서 ‘창조적인 일’을 찾을 것을 주장하였다. 동시에 그녀는 여성이 결혼과 양육을 포기하는 것 역시 여성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프리단은 여성에게 슈퍼우먼이 되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룰 것을 요구한 셈이다.

그러나 80년대에 프리단은 <제2의 단계>에서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프리단의 태도는 20년 동안의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반영한다. 이 책에서 프리단은 80년대 여성들이 페미니즘적 신비의 희생자라고 천명한다. 다시 말해 20년동안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에게 너무 남성적인 권력에 참여하기를 강조한 나머지 사랑, 가정, 양육을 통해서 충족되는 여성의 중요한 역할을 부정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프리간은 성공한 여성들의 좌절감과 불행을 목격하였고 여기서 여성들에게 다시 사적 영역으로 돌아갈 것과 좀더 남성들과 협력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처럼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 차별적인 여러 관행이나 제도를 불합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사회 구조 자체보다는 관습과 제도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현 사회의 틀 안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그들은 사회(공적 영역)와 가족(사적 영역)을 분리된 영역으로 보고, 가정과 개인이 속한 사적 영역은 공적인 기구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이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므로, 가족이라든가 성애 같은 개인사에도 어느 정도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엄격한 공사 분리의 틀을 수정하였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이같이 인간이 모두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 본성에 있어서는 차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오랜 동안 유지해 왔던 남성 중심의 사회 관습이나 사회 구조가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여성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호주제 등 법 체계의 불평등, 교육과 취업의 차별, 억압적 성 규범, 우리 사회의 성 차별적 태도, 여성을 구속하는 가사노동의 전담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남녀 평등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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