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of Culture (이강화 박사의 일요 문화 산책)

<Ph D. Lee, Kang Hwa, Gae-Myung University>

발터 벤야민 (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15 July 1892 – 26 September 1940))

이렇게 볼 때 아우라의 몰락은 벤야민에게 예술일반의 몰락이 아니라 이른바 대중예술 혹은 대중문화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의 시작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벤야민은 산업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대중예술인 사진과 영화를 통해서 다시 설명한다. 우선, 벤야민이 사진의 등장에 부여했던 의미는 예술작품의 기계적 복제 가능성이다. 이것은 예술작품을 향한 민주적 접근 가능성의 확대를 의미하며, 특히 중요한 것은 사진을 통해서 예술작품의 접근성이 매우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던 것을 카메라로 포착함으로써 예술작품에 대해 가질 수 없었던 막연한 두려움, 신비감 즉 아우라적 권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특히 벤야민에게 있어 영화는 새로운 미학적 대상이었다. 영화에 대해서 벤야민이 주목한 것은 대중적 수용이라는 형식이었다. 이전의 예술작품은 대중적이지 않았지만 영화는 그 속성상 대중적 수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목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영화는 곧 ‘대도시의 등장’을 의미하고, 또한 ‘영화관’은 대중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라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전의 예술작품이 신비적․집중적 태도를 요구했다면, 기술 재생산 시대에는 오락적․분산적 지각을 요구한다는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새로운 지각작용이 가장 적합한 분야가 바로 영화인 것이다.

사진은 정적이지만 영화는 동적이다. 기차의 발명되고 그리고 기차 여행을 통해 이미 사람들은 파노라마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시 예술은 이런 신비한 경험을 담아낼 수가 없었다. 요컨대 체험은 이미 동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예술은 이것을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영화만이 이것을 담아낼 수 있었다. 기차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을 영화가 담아낸 것이다. 벤야민이 정신 오락적․분산적 체험에서 중요시한 것은 영화에서의 몽타주 기법이다. 영화 등장 이전, 연극과 문학에서는 논리적이고 연대기적으로 시․공간이 배열되었다. 그러나 몽타주 기법의 도입으로 인해 비논리적이며, 또한 시, 공간에 대해서 임의적인 재배열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기에 당연한 구조 같지만, 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매우 혁명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몽타주 기법이 관객에게 전해주는 ‘쇼크’를 벤야민은 매우 중시한다. 이 쇼크는 그가 말하는 새로운 지각 중 일부로서 텍스트로 부터의 ‘거리 두기’를 유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화에 몰입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자층만이 작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그들과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강변하고 있다. 그는 이 점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인들로 러시아의 아이젠슈타인과 미국의 찰리 채플린을 꼽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미적 향유가 몽타주라는 기술 재생산 시대의 새로운 지각 요구로 인해 가능해 진 것이다.

벤야민의 사상이 현대 대중문화 이론에 던져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다른 연구자들과는 달리 대중문화 안에서 대중문화를 고찰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안고 있는 폭발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대중문화의 커다란 영향력을 인정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벤야민의 사상이다. 이 점에서 그는 아도르노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벤야민 시대의 다른 학자들이 영화가 갖고 있는 ‘대중 조작적 측면’을 고민했을 때, 벤야민은 이것이 오히려 대중의 비판성을 확보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당시 마르크스주의자(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자신도 한때 소속되었던 프랑크푸르트학파)들에 대해서 이들이 스스로는 프롤레타리아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급문화를 향유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비판하였다. 여기에서 벤야민의 대중적 유토피아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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