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of Culture (이강화 박사의 일요 문화 산책)

<Ph D. Lee, Kang Hwa, Gae-Myung University>

4)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의 특징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면서 예술사조 혹은 문화현상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을 대충 네 가지 요소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깊이 없음’ 혹은 ‘정서’의 퇴조는 포스트모더니즘적 문화가 보여주는 가장 첫 번째 특징이다. 수미 일관적인 내러티브를 고수해온 종래의 서술구조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어떠한 주제를 전개하기 위해서 나타나는 현상은 의미 없는 나열 혹은 혼란스러운 배열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깊이도 없고 진정한 주제의식도 결여된 채, 오직 주체의 분열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권선징악적인 결말이나 자아의 완성, 위대한 영웅의 장엄한 투쟁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지극히 분열된 주인공들이 등장할 뿐이다. [Edvard Munch]의 <절규>나 앤디 워홀의 <마를린 몬로> 등이 보여주듯이 자기 파멸적인 자기 분열과 주체 분열만이 보인다.

<토탈 리콜>에는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기억들, 심지어 아름다운 추억조차도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주입된 허구적인 관념임을 알고 경악하는 주인공인 퀘이드가 등장한다. 또 육체노동자인 퀘이드가 자신의 화성여행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계기는 리콜사의 TV광고를 지하철에서 봄으로써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그의 의식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도 모니터의 이미지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의 경우에 아예 처음부터 도덕적 판단이 불가능한 기계를 등장시킴으로써, 또 <플라이>에서는 파리와 유전자가 결합된 주인공이 마침내 성조차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선과 악, 신과 인간, 남자와 여자, 탄생과 죽음 등의 전통적인 대립을 파괴시켜 버린다.

둘째, 개별 주체가 소멸되고 스타일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남는 것은 혼성모방 아니면 패러디이다. 이때 패러디가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특색을 흉내내는 목적 있는 모방이라면, 혼성모방은 모방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죽은 언어의 연속이다. 혼성모방은 지나간 과거를 모방의 창고로 여긴다. 아무런 원칙 없이 과거의 모든 스타일을 마구잡이 그리고 매우 자극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따라서 기술 복제시대에 걸맞게 기존의 이미지, 형식, 코드, 표상 등을 복제 재생할 수 있다. 이전의 모든 예술양식들이 분해 조립됨으로써 과거의 다양한 양식들은 모방과 조립을 위한 소재로만 존재한다. 컴퓨터 합성에 의한 모나리자의 중성적 미소, 30~40년대 만화 주인공들을 재조립한 <딕 트레시>나 <배트맨」> 웨스턴, 중세사극, SF와 호러 등이 결합된 <스타 워즈> 시리즈,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의 다양한 장르의 차용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셋째, 역사성이 소멸되고 주체가 분열된 상태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순서 역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시간의 부정이 인과성의 부정으로 연결됨으로써 의미의 사슬이 깨어지고 이제 정신분열적인 허무만이 남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나 <터미네이터> 시리즈 <펄프 픽션> 등에서 합리적인 인과성을 찾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넷째, 이러한 정신분열적인 문화현상으로 인해서 비판적 거리가 소멸된다. 기호의 연결만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적인 표현은 불가능해진다. 이미지의 나열, 새로운 스펙타클의 범람 등은 역사에 개입하려는 주체의 어떠한 기획이나 실천적 의미도 거부해버린다. 예를 들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장 완벽한 초월적 존재로 등장하게 된 TV는 이제 인간들을 단말기의 노예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지극히 수동적인 정보의 소비자로 전락시켰다. 시청자는 정보에 관한 어떠한 비판적 의식도 포기한 채 이 매체가 난사하는 이미지를 그냥 무기력하게 수용할 뿐이다. 이처럼 바이러스성 미디어에 감염된 대중의 탈정치의식은 현대인이 은폐된 권력이 조장하는 문화산업의 희생자임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볼 때 제임슨의 표현처럼 왜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현재에 집중할 수 없으며 또한 왜 우리가 자신의 현재 경험을 미학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가라는 의문도 제기하지 못한 채 매체들은 우리들을 막연한 향수적 과거로 도피시키는 것이다. 헐리우드 대중영화에 대한 여러 비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결국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묵시론적 문화현상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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