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D. Lee, Kang Hwa, Gae Myung University>
2) 소쉬르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년 11월 26일 ~ 1913년 2월 22
소쉬르는 이 기표와 기의의 결합이 순전히 임의적 혹은 인위적(arbitrary)이라고 주장한다. 기표인 개가 개라고 불리는 실제적인 동물을 지칭할 아무런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순전히 관습, 즉 문화적 동의의 결과이다. 소쉬르에 의하면 “단어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그것은 다른 단어나 개념과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나온다. 개념은 완전히 차이에서 의미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 개념은 그것의 내용에 의해 긍정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 속의 다른 개념과의 관계에 의해 즉 차이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이다. 즉 기표와 기의는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체계 속의 다른 요소들과의 차이와 관계 속에서 정의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소년은 어른이 아니며, 어린이가 아닌 것으로 정의된다. 어린이와 어른이란 단어나 개념이 없다면 청소년이란 단어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남자의 의미는 여자가 아님으로써 정의된다. 빨간 색의 의미는 파란색이 아니며, 기타 여러 색이 아닌 것으로 규정된다. 이때, 남자와 여자는 대립 관계에 있다고 하며, 남자와 여자의 경우처럼 두 개의 대립이 존재할 때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이라고 한다.
이어서 소쉬르는 언어를 랑그(langue, language)와 파롤(parole, speech)로 구분한다. 언어의 체계. 즉 언어를 조직하는 법칙과 관습으로서의 랑그는 사회적 산물이며, 개별적 발화 즉 언어의 개별적 사용을 의미하는 파롤은 개인적 행위이다. 소쉬르는 이 두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언어를 체스 게임에 비교한다. 그는 게임의 규칙과 실제 게임을 구별하면서. 규칙이라는 체계가 없이는 실제의 게임은 존재할 수 없고, 동시에 실제 게임 안에서만 규칙들은 명백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랑그는 구조이며, 파롤은 행위로 생각하면 된다. 전통적으로 언어학자들은 랑그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구조주의자들도 당연히 랑그를 중요시한다. 기호학과 그 이론을 응용한 대중매체의 텍스트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는 학자들도 랑그 체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왔으나, 최근에는 파롤에 대한 연구와 랑그에 대한 연구를 통합적으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어서 소쉬르는 의미란 것은 조합과 선택이라는 이어지는 과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랑그의 체계를 좀더 세부적으로 통합체(syntagmatic)와 계열체(paradigmatic)로 나누어 분석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나는 집에 간다”고 한다. 이때 이 말은 통합체와 관계가 있다. 즉 “나는 집에 간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집에/간다 가 연결됨으로써 발생한다. 그러나 이때 ‘나는’을 ‘당신이’로, ‘집에’를 ‘학교에’로 혹은 ‘간다’를 ‘온다’로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언어의 의미는 언어의 통합적 축(나는/집에/간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계열적 축(‘나는’을 ‘당신이’로, ‘집에’를 ‘학교에’로 등)에 의해서도 전혀 다르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정치적인 예를 들어보자. “오늘 테러리스트들이 미군기지를 공격했다.”라는 문장에서 일차적인 의미는 단어의 연결, 즉 통합체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러나 계열체에 따라서 이 단어들을 다른 단어들로 대체한다면 그 의미는 상당히 변화된다. 예컨대 ‘테러리스트’ 대신에 ‘자유의 수호군’ 혹은 ‘반제국주의의 지원병’들로 바꾸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문장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에서의 실재 사건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기에 소쉬르에 있어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한다는 것은 계열체의 구조를 보는 것, 다시 말해서 한 계열체 내에서 선택과 조합의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체의 분석은 현시적 구조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고, 계열체의 분석은 잠재적, 무의식적, 숨은 구조를 밝혀 내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세계를 개념화하는 방법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혹은 그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에 달려있음을 말해준다. 소쉬르의 지적처럼 언어에는 뚜렷한 의미가 없는 차이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란 결국 조합과 선택, 유사성과 차이성의 관계 속에서의 상호작용의 결과일 뿐이다. 구조주의는 소쉬르의 연구에서 두 가지 기본생각을 빌어왔다. 첫 번째는 문화 텍스트나 실천행위의 내재적인 관계들, 즉 의미를 만드는 법칙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의미란 항상 내재적 구조가 만들어 낸 선택과 조합의 관계들이 상호 교류한 결과라는 관점이다. 결국 의미를 존재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구조이기에 구조주의자들의 과제는 의미 생산을 지배하는 규칙과 관습들을 밝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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