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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trolls in Culture ~ How to Read Cinema?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시각과 접근법 5 < 이강화 교수>

 

A movie based on book : 2017년 흥행작이 될 것 같다.

<Daegu, Prof. Lee, GangWha>

3. 서사 구조로서의 문학과 영화

영상을 포함한 예술 일반에서 서사(narrative)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답은 인간은 ‘이야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야기 속에서 태어나 이야기 속에서 죽어간다. 즉 인간의 존재론적 바탕이 이야기이다. 모든 사회가 이야기를 가진다는 점에서 서사는 인간의 보편적 문화이며 이렇게 볼 때 예술 역시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특별한 진술이거나 서술, 즉 이야기이다. 이처럼 모든 서사체가 ‘이야기’라는 본질을 공유한다는 말은 내용으로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패러다임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모든 종류의 이야기 안에는 일련의 사건과 행위들이 있으며, 둘째, 그 사건(행위)들을 일으키고 추동해 가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셋째, 그리고 이들은 시-공간적, 지리적-역사적 배경 위에 자리한다. 이와 같은 것들은 전통적으로 이야기 구성의 3요소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덧붙여 넷째, 모든 이야기는 화자(서술자)라는 일종의 프리즘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며, 다섯째, 모든 이야기는 이중의 시간구조(본래의 사건이 벌어진 모든 시간을 의미하는 ‘스토리의 시간’과, 그것이 작품 속에서 제시되는 방식으로서의 시간인 ‘담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이 하나의 이야기가 성립되고 그것이 이해 가능해지자면, 여러 가지의 잡다한 행위들을 집합해 놓은 시간적 배열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적 배열을 논리적으로 이어 주는 연결 고리가 바로 인과 관계이다. 서사를 의미하는 영어 ‘내러티브(narrative)’는 나라레((narr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고 그 의미가 바로 ‘연결하다’ 혹은 ‘조직하다’ 등이다. 스토리를 이와 같이 인과 관계에 따라 논리적으로 재배열함으로써 플롯의 구조를 갖추게 되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스토리와 플롯은 사건의 서술이라는 면에서 동일하지만, 전자는 사건을 순서대로 배열(시간성에 의존)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라면, 후자는 인과관계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실제로 독자 혹은 관객이 텍스트를 접하는 현장에서는 플롯 구조로 정교하게 짜여진 완성된 작품을 수용하는 것이지만 그를 통해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개별적인 사건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재배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처럼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간성과 인과율의 논리를 통해 재배열해 나가면, 독자 혹은 관객은 독서 혹은 관람을 통해서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성과 인과율의 논리를 통해 본래의 스토리 혹은 사건들을 재배열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어떠한 매체이든 간에 모든 ‘이야기하기’ 내부에 공유하는 패러다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서사적 구조를 연구하는 이른바 ‘서사학(Narratology)’이 어떠한 서사체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연구가 주로 문자서사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이들 연구 성과들을 영화를 비롯한 영상 서사에 적용할 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설은 문자언어로 정보가 전달되며, 소통에 참여한 독자는 글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상상력에 의지하여(즉 환상성에 기초하여) 어떤 이미지를 ‘추상’하게 되는 반면, 영상은 대상을 직접적(재현성에 기초한)이고 즉물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영화란 관객이 주목하기만 하면 매 순간 어떤 인식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영화는 그 내부에 음향과 영상이라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하나의 단일한 이야기적 상황을 묘사하거나 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고, 두 요소가 서로 다른 목적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상정한다.

또 소설에서는 화자의 단일한 인식적 시점 만 제기되지만, 영화와 TV드라마에서는 텍스트 자체의 인식적 시점 외에 매 장면 시각화의 방편을 달리할 수 있기에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시점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 만약 영화와 TV 드라마가 원작이 가진 초점화의 양태를 그대로 차용해 온다면, 한 씬 또는 한 시퀀스를 끊임없이 이어 가거나, 아니면 극중 어느 인물을 한 시점으로 인식되도록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영상적 서술은 지극히 단조롭게 될 것이다.

결국 영화와 소설은 같은 이야기를 교환하고 사건과 플롯을 공유할 수 있지만 표현까지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즉 영상서사와 문자서사는 제시의 층위에서 서로 독자적이고 독립적이다. 이처럼 특정매체가 하나의 질료로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원 이야기의 시간, 양태, 화법의 변형이라는 영역 안에서 무수한 선택이 가능하며, 이러한 선택들을 통해 의미 조차 달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질료를 어떠한 표현형식을 빌어 실어나를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미의 무수한 차연이 획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설의 영상화에 있어 영화 또는 TV드라마가 원작을 그대로 번역할 이유는 없다. 설사 원작에 충실한 번역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매체가 가진 개별적 특성들 때문에 의미는 조작되거나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각색 단계에서부터 디테일의 변형, 배역의 적절한 캐스팅과 그의 표정이나 몸짓 등, 연기와 대사의 기투 방식, 장소 헌팅을 통한 세트의 적절성, 연출자가 개별 장면을 어떤 방식으로 미장센하는가, 어떠한 리듬으로 편집해내는가, 어떠한 음향을 사용하는가 등등이 영상을 다양한 표현력을 결정한다.

사실 문자가 이야기의 표현수단이 된 것은 서사문화의 후기현상이다. 문자가 이야기를 표현하기 이전부터 이야기는 존재했고 이야기들은 다양한 표현 양식, 즉 상징적 제의, 상징물, 도상기호, 조형물, 그림 등으로 표현되었다. 동굴벽화, 고인돌, 암각화 등이 좋은 예들이다. 물론 이러한 형상들에 대한 해석이 그렇게 용이하지는 않으나 이러한 다양한 양식들이 문자 이전에 존재하였고 이를 통해서 이야기가 전달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과거의 매체들이 정태적이었다면 지금의 영상 매체가 동태적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비롯한 현대의 영상물이 과거의 다양했던 표현양식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영상문화시대가 문자서사, 책, 독서문화를 위협하거나 결국 소멸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정확한 예언이 아니다. 문자가 발명되고 나서도 인류는 이전의 다양한 형상적 표현양식을 계속 이용하였듯이, 영상 매체 시대에도 문자적 매체 역시 결코 소멸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영상만 아니라 음향 – 인물들의 대사, 주제(배경)음악, 소음, 기타 음향효과 등 – 이라는 또 다른 전달 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 영상과 음향의 급격한 변화와 매순간 관객들에 제공되는 과잉의 정보가 가끔은 영상 매체의 한계로, 즉 문자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영화적 표현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감독과의 암묵적 규약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 지각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하나 하나의 ‘이미지’라면, 우리가 배우고 사용하는 말과 글은 이러한 이미지 자체인 어떤 대상을 추상화(약호화)한 것이며 정보(의미)를 전달, 수용하는 체계이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특정 언어 공동체내에 관습화 된 약속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영상의 기본 단위인 하나의 쇼트(shot)는 명백히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성과 인과관계에 의거하여 자체로서 어떤 이야기(서사)를 이끌어 갈 수 있고, 이것이 관습과 상호약정에 의해서 이해(소통) 가능하다는 면에서 충분히 ‘언어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영상문화를 읽어내기 위한 기본 전제는 여기에서 출발하게 된다.

 

To be continued~~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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