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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ming And Questioning of Historical Consciousness 부끄러움 또는 질문하는 역사의식 3<은우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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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angju : Prof. Woogeun Eun>

3. 부끄러움과 역사 주체의 교양화

1980년 5월 민중의 실천은 갑오농민혁명이 동학사상에서 그리고 프랑스 혁명이 계몽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특별한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아니었다. 5.18 정신에 대한 논의가 아주 추상적인 언급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역사, 철학, 신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해석을 통해 5월 민중의 실천 의미를 찾고자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

5월 민중항쟁은 역사의 진전에서 일어나는 민중의 집단적 각성이 실행된 매우 특별한 사회적 변화이다. 아래로부터의 역사적 변혁은 변화 주체의 각성, 곧 인간 내면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 각성은 지배 이데올르기의 패러다임에 갇힌 고정관념으로 부터 주체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것은 반드시 논리적 형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주체의 각성과 성숙을 통한 주체의 형성[과]교양화를  통해 5.18을 설명하고자 한 시도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예컨대, 김상봉과 박구용은 5월 민중의 실천을 역사 철학적으로 해석하고자 시도한다. 김상봉은 5.18의 역사에서 발견할 ‘뜻’을 ‘객관화된 정신’으로 규정한다. 그는 ‘씨[알]’, ‘지배계급’, ‘홀로주체’, ‘서로주체’의 개념으로 5.18을 설명하고자 한다. 또 김상봉은 계급 모순에 의거한 해석으로는 광주항쟁에서 출현한 ‘도덕성과 자발적 헌신’으로 특정지워진 ‘씨[알] 공동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최정운의 ‘절대 공동체’를 주목한다. 그는 절대공동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서로 주체성’과 ‘만남’의 개념을 통해 그것을 보완하려고 한다. 그는 5월 민중이 실현한 ‘씨[알]공동체’라는 공동체적 만남에서 이루어진 덕을 ‘용기’, ‘약속’,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구용은 ‘서로주체성의 형성사’로 5.18을 해석하고자 한다. 그는 동학농민전쟁과 5.18의 대비를 통해 ‘나’와 ‘우리’가 이 두 사건을 통해 어떻게 서로주체로 형성되고 있는 가를 보여준다. 특히 그는 ‘주체의 형성사’로서 역사철학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김상봉, 박구용의 연구는 그 설득력 여부를 떠나 ‘주체의 형성사’적 관점에서 5.18에 대한 역사철학적 논의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할 만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역사 주체의 형성과 발전을 민중의 구체적 체험과 실천 속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역사적 각성을 통한 주체의 변화로 5월 민중항쟁을 계기로 역사 주체의 내면적 각성, 곧 인간[에게]어떤 변화가 이루어 졌는가 , 그 주체가 어떻게 지배 올르기의 허구를 깨닫고 사회를 바꿀 어떤 새로운 실천을 시도했는 가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러한 고찰 방식은 역사를 주체의 교양형성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교양사상은 특히 독일 문학과 철학에서 나타난다. 주지하다시피 독일 문학에서 교양소설은 주인공의 심리적, 도덕적 성장을 묘사한 소설로서 성장소설이라고도 한다. 헤겔은 주저인 “정신현상학” 에서 주관정신-객관정신- 절대정신 이라는 체계를 통해 정신의 성장과 자기발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헤겔의 역사철학은 역사의 진행과 발전을 역사주체의 자기 교양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세계사는 절대정신에 이르기까지 정신의 교양화[와] 발전[과] 성숙의 과정이다. 필자는 독일 문학과 헤겔철학에 나타난 이런 교양의 개념을 참고했다. 5.18에서 형성된 집단 정서인 부끄러움을 통해 역사 주체의 교양화가 이루어졌다고 간주한다.

부끄러움은 무엇인가?

5월 민중항쟁은 당시 물리적으로 고립되었을 뿐 아니라, 진압된 이후에도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가 되었다. 민중은 고립 상태에서 생명을 걸고 싸웠고, 일시적으로 승리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고립이 10년이상 유지되면서 민중에게 가해진 만행과 처절한 항쟁, 그 과정에서 이룩한 공동체의 진실은 철저히 은폐[되고] 봉쇄되었다.  이런 고립의 상황은 깁단 정서가 강하게 형성될 수 있는 지형을 마련했다.  고립감으로서의 호남 민중의 집단 정서는 이런 조건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5.18이후에 광주 바깥사람들은 물론,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그 잔혹한 현장을 보지 않았다면 공수부대의 만행을 믿기 어려웠다.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1988)를 영화화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1988)은 5월 민중항쟁 당시 시위에 나선 어머니를 따라갔다가 어머니를 잃고 미쳐버린 소녀의 슬픔을 통해 아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립 상황에 처한 5월민중의 정서를 극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5월 민중항쟁기와 그 이후 시기의 민중의 정서적 집단 체험을 다룬 선행 연구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이 연구에서 고찰하고자 하는 부끄러움을 더 분명히 해보자. 정근식은 1980년 6월 이후 1997년 상반기까지의 민주화 운동 시기에서 나타나는 호남 민중의 집단 정서를 “망탈리테”(집단심성이라는 의미의 mentalite,  프랑스 사회사 연구에서 사용되는 집단 심성으로 장기적, 지속적 무의식적이라 한다) 라 칭하고 그것을 ‘고립감’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연구는 5월 민중항쟁 진행과정에서 형성된 민중의 집단 정서인 고립감이 5.18 이후 호남 지역의 정치적 선택, 곧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근식의 연구에서 다루는 고립감과 부끄러움의 정서 사이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본고에서 주목하는 집단 정서는 고립감이라기보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이다. 또 고립감은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처럼 반성적 자기의식이라 할 수 없다.

김창규(2010)는 부끄러움을 민족의 정통 정서인 ‘체면의식’과 연관짓고 있다. 그는 5.18 당시와 그 이후 부끄러움과 부채의식이 민중과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어떻게 민주화를 위한 실천의 동기로 작용하는 가를 보여주면서 박관현을 비롯한 민주화운동가들과 문학작품등의 사례들을 ‘개별적’으로 검토한다. 이 연구는 부끄러움의 정서를 집단적 역사의 식으로 포착하거나, 그 정서의 현재적 의미를 고찰하지는 않는다. 5월 항쟁 당시 부끄러움이라는 민중의 집단정서가 전통적 ‘체면 의식’에 기반할 수 있음을 인정하더라고, 당시의 극한 상황 속에서의 정서적 체험을 체면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하다. 더구나 체면 의식을 통해서는 5.18 체험을 통한 민중의 의식 성숙과 5.18이후 신군부의 철권통치 아래에서 5월 항쟁의 진실을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끈질긴 실천과 6월항쟁으로의 발전과 같은 역사적 실천을 해명하기 어렵다.

최정운은 “폭력과 사랑의 변증법” 에서, 5월 민중항쟁 당시 ‘절대 공동체’의 형성과정과 모습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부끄러움과 수치심 등의 집단 정서가 민중의 자기존엄을 위한 적극적인 투쟁의 동인으로 작용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최정운의 연구가 절대공동체의 성격과 그 공동체 형성의 주체인 5월민중의 정서에 대한 탁월한 설명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의 범위는 5.18 다잇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최정운이 제시하고 있는 5월민중의 집단 정서에 대한 발전적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당연히 대두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신진욱과 조대엽의 연구라 여겨진다.

신진욱에 의하면, 5월민중항쟁은 “1980년대에 걸쳐 민주화 운동 참여자들의 죄의식이 원천이자 도덕적 정당성의 그너였다. 그는 언어분석적 감정유형론에 기초한 가설을 통해 80년 5.18 당시 항쟁 주체들의 소책자 (Pamphlet)에서 나타난 행위자들의 감정적 활동, 인지적 구성(Cognitive framing), 집단적 정체성의 형성이 어떤 형태로 서로 결합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광주 항쟁 참여자들의 연대 형성과 인지적 프레임잉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은 도덕적 감정이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몇 가지 주요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 도덕적 감정이 ‘감정공동체’ 형성에서 가장 결정적 의미를 갖는 감정 유형이며, 5월 민중민눙을 하나로 묶었던 감정은 분노, 부끄러움, 희생과 성스러움의 감정이라고 논증한다.  신진욱의 연구는 최정운과 마찬가지로 주로 5월 민중항쟁 기간에 집중되어 있고 그 도덕 감정이 역사의식으로 발전하는 것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분석 대상인 텍스트도 5.18 기간 동안에 생산된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조대엽은 “민주주의와 인권” 5월 민중의 집단적 체험의 핵심이 폭력과 강렬한 감정공동체의 체험에 있으며, ‘역사적 트라우마티즘’으로서의 광주의 상처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자극’ 하여 ‘집합적 신념 (collective beliefs) 를 형성’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그는 5.18을 배제하고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격렬성의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단정한다. 그가 말하는  ‘살아남은 자의 자괴감’은 곧 이 연구에서의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의 개념과 다르지 않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역사적 트라우마티즘으로 역할했다는 점에서 조대엽의 연구는 본고의 입론과 같은 지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트라우마는 과거의 운동을 분석하면서 부끄러움의 정서와 그 자체의 발전보다는 그것을 통해 유발된 민주화 운동의 이념과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끄러움은 보존[하고] 간직하여 역사의식으로 성숙[시키고] 발전하는 개념이다. 이 연구는 5월 민중과 가톨릭 교회 사제들이 공유한 부끄러움의 집단 정서가 도덕적 감정일 뿐 아니라, 나아가 역사주체의 변화, 성숙을 초래한 하나의 도덕적 의식이고 역사적 각성, 곧 역사의식이라고 간주한다. 또 그것이 5월민중항쟁 당시와 그 이후, 오늘까지의 역사적 실천과 미래의 역사 구성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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