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angju : Prof. Woogeun Eun>
왜 부끄러움 인가?
얼마 전 한 작가는 말했다. 5.18은 세계사에서 만날 수 있는 권력이 저지른 수많은 잔혹한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많은 사람이 그의 발언에 대해 성토했고, 그는 곧 사과했다. 이 작가의 인식을 비난하지만 우리도 똑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역사 인식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작가 류의 시각은 추상적 역사인식에서 비롯한다. 역사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집적, 곧 데이터의 누적 내지 체계적 정리만은 아니다. 역사는 결코 숫자나 통계, 단편적인 사실들의 반복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이런 역사적인 패러다임을 통해서는 역사 속에서 인식된다. 역사는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집적, 곧 데이터의 누적 내지 체계적 정리만은 아니다. 역사는 민중의 고통과 숨결을 느끼고, 고난을 통한 인간의 교양을 인식하기 어렵다. 행방 불명자, 암매장, 발포 책임에 대한 규명을 추구해야 하지만 가해-피해 관점의 데이터에 매몰되면 이 작가의 인식과 같은 형태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물론 5월 민중항쟁의 참다운 실상을 간과하게 된다.
3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5월 광주 민중항쟁, 5.18에 대한 이런 류의 추상적 인식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5월 민중항쟁의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 5월 민중의 구체적 체험속에서 5.18을 인식하여 “왜 아직도 5.18인가?” , ‘ 왜 5.18 로 돌아가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민중과 교회지도자들의 증언과 참회, 야수적 폭력에 대한 공포 체험, 그 공포를 물리치고 하나가 되었지만 끝까지 하나이지는 못한 부끄러움의 체험이다.물론 이 부끄러움의 정서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참여 등 어떤 계기를 통해 자부심과 긍지로 전화 하기도 했다. 공포, 부끄러움, 죄책감, 부채의식과 자부심, 긍지 등 서로 모순되면서도 연관된 심리와 정서가 5.18 민중항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정서적 체험안에 5월 민중항쟁의 또 다른 진실이 있다. 또 이런 정서적 체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추상적 역사 인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두환 집권 기간중 초래된 기록과 자료 말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겨져 한층 의미 있다고 보인다. 이런 연구가 계기가 되어 5.18 연구에서 새로운 방법론의 더욱 촉진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5월 민중항쟁과 그 이후 실천에서 교회와 민중의 가장 핵심적이며 공통된 도덕적 정서와 도덕적 실천의 열쇳말을 바로 부끄러움이라고 할 수있다. 부끄러움의 정서는 공간적으로 특정 종교적 신앙의 소지여부와 관계없이 또 교회 지도자나 평신도 등 지위나 직책에 상관없이, 5월 민중 누구에게나 해당되며, 또한 시간적으로는 5.18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이나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의미를 가질 역사적 반성이자 깨달음으로서 ‘보편적인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신진욱(사회운동의 연대 형성과 프레이밍에서 도덕감정의 역할: 5.18 광주항쟁 팸플릿에 대한 내용분석 : 경제와 사회 73. 2007. pg. 227-228)은 5월 민중항쟁에서 부끄러움과 같은 “도덕감정이… 결정적인 의미” 를 지니고, 5월 민중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감정은…분노와 부끄러움, 희생과 성스러움의 감정” 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어분석적 방법을 도입한 신진욱의 연구는 본 연구를 위한 가설의 타당성을 강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본고의 전개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역사철학적 측면의 연구, 그리고 5.18 민중의 정서적 체험과 관련한 연구와 같은 여러 선행연구와의 관련속에서 본 연구의 방법과 관련한 연구와 같은 여러 선행연구와의 관련속에서 본 연구의 방법과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5.18 당시 민중과 교회의 역사적 경험을 부끄러움, 죄책감, 부채 의식이라는 정서의 형성을 중심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5.18의 의미와 5.18공동체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할 것이다. 결론부에서는 하나의 역사의식으로서 부끄러움, 죄책감, 부채 의식의 현재적 의미를 검토하고 5월 민중과 교회의 과거 실천을 토대로 지역 시민 사회와 교회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 곧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5월 민중항쟁의 진정한 의의는 단지 과거의 위대한 실천으로서만이 아닌 현재에서도 여전히 지속되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글은 시론적 성격을 띤다.
연구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5.18의 ‘영성화’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영성화를 정의하는 것은 이 글의 몫이 아니고 그것을 주장하는 분들의 몫일 것이다. 다만, 상식적 견지에서 5.18의 영성화는 5월민중과 교회의 역사적 실천과 그 한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오늘의 현실에서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연관되리라 본다. 본고가 5월 민중항쟁의 위대한 실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것을 ‘영성화’하는 데 단초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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