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서경, 하와이에서)
<Korea: Prof. Yoon, Geum Ja>
무위는 자애롭고 부드러운 도이다. 가정이나 기관에서 비행청소년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강압적으로 고치려고 체벌이나 훈계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아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우선 교사나 부모는 청소년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게 하여 그들의 마음에 문제점을 관찰하고, 그들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하여 공감적 응답으로 다가가야 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차별하지 않는 자애로움이 있어야 한다. 차별하지 않는 자애로움이 곧 무위이다. 노자가 “사람이 선하지 않다고 해서 어찌 버리겠는가?”라고 물었듯이, 도의 자애로움은 사람들을 누구나 품어주고 아껴준다는 것을 함의한다.
道者, 萬物之奧,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
도자, 만물지오, 선인지보, 불선인지소보,
美言可以市尊, 行可以加人, 人之不善, 何棄之有,
미언가이시존, 행가이가인, 인지불선, 하기지유,
故立天下, 置三公, 雖有拱壁以先駟馬, 不如坐進此道,
고립천하, 치삼공, 수유공벽이선사마, 불여좌진차도,
古之所以貴此道者何, 不曰以求得, 有罪以免邪, 故爲天下貴.
고지소이귀차도자하, 불왈이구득, 유죄이면사, 고위천하귀.(노자 62장)
마음치유는 이론적‧ 분석적 일반학설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때 치유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즉 사람들마다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마음의 병을 일반화시켜서 치유할 수 없다. 마음치유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과정에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뚫고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도의 자애로움으로 폭력적인 사람의 마음에 감화를 주어, 그들이 자신의 자연성을 차츰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자애로움의 힘이다. 노자는 “도를 지닌 사람(성인)은 언제나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어서 백성의 마음으로 자기의 마음을 삼는다”고 하였다. 無常心이란 너와 나를 분별하지 않는 마음이다. 청소년 문제는 너의 자식, 남의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식, 나의 자식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청소년들을 품어주고 공감해주는 정성어린 관계 속에서 감동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 신자오신지, 불신자오역신지. 덕신.
信者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 흡흡爲天下渾其心. 聖人皆孩之.
선자오선지. 불선자오역선지. 덕선. 성인재천하, 흡흡위천하혼기심. 성인개해지.(노자 49장)
무위와 甲乙관계 치유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갑을관계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갑을관계의 말 속에서는 갑의 횡포와 부당한 처세 그리고 을의 고통과 설움이 함축되어 있다. 갑과 을의 상하관계는 인간을 인간 그 자체의 인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지위 그리고 권력 구조 속에서 인간을 평가하고 대우하는 물질만능주의, 권력 만능주의가 빚어낸 산물이다.
성인이 말했다. “내가 무위하면, 백성들은 자연이(저절로) 잘되며, 내가 고요한 것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자연이 바르게 되며, 내가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자연히 풍족해지며, 내가 탐욕이 없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순박해진다.”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이정치국,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오하이지기연재, 이차, 천하다기휘, 이민미빈, 민다리기, 국가자혼,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
인다기교, 기물자기, 법령자창, 도적다유,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고성인운,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욕이민자박. (노자 57장)
위의 문장은 자기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각성시킬 수 있는 무위자연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 내용이다. 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乙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교만과 허세를 부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은 자존감을 상실하게 되고 분노와 적개심을 품게 된다. 갑의 위치에서 소위 ‘갑질’하는 사람은 물질과 지위를 가지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고 한다. 그에게 존재의 가치는 곧 물질과 지위이다. 물질과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은 갑의 위치에서 볼 때 존재의 가치조차 없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자의 무위사상으로 볼 때 이러한 갑질하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존경받지 못할 인품의 빈곤함만을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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