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워싱턴 덜래스를 출발한 비행기는 간단한 스낵과 물을 승객들에게 공급한 뒤 1시간 15분 만에 뉴져지 느왁 공항에 도착했다. 남편과 필자는 뉴저지에서 다시 그리스로 가기위해 비행기를 갈아타야만했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짐을 찾아서 시큐리티를 거치고 게잇으로 향했다. 그리스행 승객들이 가득 차 있는 게잇, 간간히 들려오는 그리스어, 그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여럿이 모이면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비행시간 9시간, 대서양을 넘고 극지방을 통과한 긴 여정에 옆자리 승객과의 대화는 9시간이 서너 시간으로 단축되는 느낌 마저 들었다. 간간히 승무원들이 건네주는 물과 기내식, 그리고 간식, 옆 자리 승객과 이런 저런 대화, 영화 세 편은 9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죽이는데 아주 유효했다. 다른 쪽의 옆자리 친구는 눈에 안대를 두른 뒤 계속 잠을 잤다.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 쌍동이 자매는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와서 미국 친척집에서 며칠을 쉰 뒤 그리스로 간다고 말했다. 덧 붙여 그리스와 이스라엘 간에 직항이 없다고 말하며, 그리스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두 자매는 하이파이브를 하며,”We made it!” 을 외치며 환호 했다. 여행에서 묘미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뒤로 가게 하는가와 앞으로 빨리 돌리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미국 워싱턴과 그리스는 7시간의 시차가 있다. 즉 워싱턴이 아침 7시이면, 그리스는 밤 12시인 셈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심사관은 간단한 영어로 어디에 머물것인가? 와 방문 이유를 간단히 물었다. 심사대는 비교적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편했다. 짐을 찾아서 다시 공항으로 나오자, 남편 친구는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오라고… 메시지가 되었다. 그리스에서도… 우리를 위해 스낵을 사고 카푸치노 커피를 사서 기다리고 있던 T씨, 우리는 그의 SUV 에 올라탔다. 그의 별장이 있는 섬을 향해 운전을 하고 가는 내내 우리에게 에메랄드빛 바다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Sea of Crete 라고 불리는 바다를 옆으로 끼고 차는 뚫린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렸다. 지중해는 여전히 따뜻한 느낌으로 덥지 않고 여행 하기에는 알맞은 온도, 23도 (섭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옛날 바울이 선교를 위해 그 길을 지났을 것을 생각하며 Corinth에서 고린도 전서와 후서를 썼을 바울을 잠시 떠올렸다. 바위 산, 높고 웅장한 산 봉우리들, 그 사이로 그가 걸었을 황량한 계곡, 붉은 먼지만이 세월을 휘 감고 있는 고린도의 산을 바라보았다. 반대편에는 바다를 향해 한국 정통 가옥과 유사한 붉은 기와와 베이지톤의 콘크리트로 지어진 가옥들, 동그란 아치의 지붕을 두른 파란 하늘색 지붕은 여전히 이들에게는 정통 그리스 정교 교회 건물을 상징하고 있었다. 티씨는 그런 가옥들은 수 백년을 생각하고 지은 건물들이라고 말하며, 그리스의 집들은 콘크리트와 철근을 넣어서 단단하게 집을 짓는다고 말하며, 한 세대가 아닌 후손 세대들까지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게 하자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Ionian Sea 를 서쪽으로, Sea of Crete를 동쪽으로 끼고 있는 Patras 파트라로 향해 가는 길에 코린도 운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운하, 에메랄드 보석처럼 두 협곡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그 운하는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그리스의 매력중의 하나라고 티씨는 말했다. 이 운하는 Corinth Canal (1881-1893)로 헝가리와 그리스 간의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후손들에게 계속적 이어갈 수 있게 하자는 의도로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하여 건설한 것으로 운하 안내판은 그리스어로, 헝가리어로, 그리고 영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 코린트 운하는 두 명의 헝가리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건설되었다. Béla Gerster(1850-1923)와 István Türr(1825-1923)의 두 명의 헝가리 출신 건축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는 안내판은 19세기에서 21세기인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보석처럼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멈추었다 가는 곳, 여행자들의 ‘참새 방앗간’쯤은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올림피아 오소스라 불리는 고속도로는 간간히 톨게이트가 있어서 고속도로 통과 요금을 징수하고 있었다. 참고로 아테네에서 이곳 파트라시로 가는 215km 구간을 통과하는데 €13 Euro 를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로 3시간여쯤 달리자 에메랄드 비치가 바로 손에 닿을 만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해안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둘째 아이 탄생을 축하하며 심었다는 나무, 그가 매일 들러 직접 구운 빵을 사가지고 가는 빵가게, 어부들이 매일 매일 삶을 이어가는 작은 항구, 그들의 작은 보트들이 해안에 정박해 있었다. 바다는 마치 동네 마당처럼 넓게 열려져 있었고, 어른들은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며, 보트를 타고 늦여름 , 초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낚시하는 동네 주민들도 힐끗힐끗 우리 부부를 쳐다보며 낚시대에 눈을 옮기곤 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거의 동양인은 그곳에서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오직 그리스인 토박이들이 수 천년을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 작은 섬에 우리 부부는 당당하게 발을 내 딛었다.
도착하자마자 티씨의 아내, 베시가 동네 어귀에 있는 바닷가 레스토랑에 마중 나와 있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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