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의 성격, 사건, 갈등의 원인과 해결 등이 모두 무속신앙에 뿌리를 두고 우리 민족 고유의 사고체계인 무속신앙을 관념적 이데올로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전통 정서에 바탕을 둔 시각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 이리하여 두 삼촌으로 상징되어 표출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두 할머니 즉 두 여성의 화해를 통한 무속적 고유정서를 압도하진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들의 원혼을 무속을 통해서 위로함으로써 화해를 시도하려는 <태백산맥>에서 되풀이된다.
(Photo from Google Images)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을 다시 요약해 본다면, 멜로 영화의 경우, 한국 근대사에서 여성의 정체성은 남성위주의 외형적 규범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주의와 배리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이것은 특히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동요하게 된 여성들을 전통적 자리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주로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여성들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서 역사물 경우, 여성들을 중심으로 음모와 불만 그리고 고통의 표현에 집중함으로써 은폐된 차원에서의 여성의 한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공포영화 역시, 특정한 시기 여성들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사회적 질서나 이념을 반영하는 서사물이라는 점에서 역사물과 동일한 방식의 재현물로 볼 수 있고, 비록 비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여성에게 가해진 고통과 절망을 배출시키는 분출구로 무속이 기능했으며 이런 차원에서 무속영화는 한국 여성을 둘러싼 갈등과 모순을 종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AXBFl03saY
이처럼 한국에서의 여성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 지배적 권력담론들 속에서 생산되고 조정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담론들의 틈새로 여성의 한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이리하여 이들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즉 근대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한은 어떤 언어로 형상화되었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 혹은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한이라는 고유한 정서를 우리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삶의 체험에 근거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개의 영화가 나름대로의 현실을 보는 눈을 가지고 대중을 대하고 있고, 이를 감상하는 대중 역시 대중 매체로서의 영화가 의도적으로 혹은 잠재적으로 전달하려는 이데올로기를 수용 혹은 거부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감식안과 비판적 안목을 구비하려고 한다면 이때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관객인 우리 자신의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고유하고도 주체적인 방법론인 것이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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