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David Ilwoo Choi)
투명인간
안개속 지나간다
빗속을 지나간다
연기속을 지나간다
물속을 통과한다
난 그대로 있고
안개,비, 연기,물은 흐트러진다.
갈대밭을 통과하려 했다
빽빽한 대나무 숲을 통과하려 했다
큰 아름 나무와 바위를 통과하려 했다
저쪽은 모두 그대로 있고
나만 많은 상처를 입었다.
강하다고 다 되는게 아니구나
작고 약해지기로 한다.
벽을 통과하였다
육체는 없어지고 실체만 남았다.
** 안개, 비, 연기, 물, 갈대밭, 대나무 숲, 바위, 벽, 육체… 그리고 “투명인간” 신선한 충격을 주는 제목처럼 위에 열거한 요소들이 갖고 있는 성격들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지우므로서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육체’가 제거되고 ‘실체’ 를 찾게 되는 “진아 眞我” 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시를 통해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과 항상 스스로 그렇게 있는 자연과의 사이에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지, 또는 인간이 결코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 보다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시는 읽는자의 몫이다. 누구는 이 시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는 이 시를 영성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그런 시라고 느낄 수도 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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