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에 오시지요
언제 한번 의림지에 오시지요
저물 무렵 인적이 뜸한 틈을 타서
조요로운 수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시지요
천년 세월이 갈앉아 아뜩하니 떠올린
물비늘 사이사이 푸릇푸릇한 동경이 보이시는지요
당신의 눈길이 물밑까지 닿은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지요
노을이 동경 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던
어느 해 가을날 당신이 앉은 자리 신발 두짝 포개져 있었지요
물주름 겹겹에 그 옛날 우륵의 선률을 눈으로 따라나선 까닭이지요
동경 속 그림이 아름답다고
물오리들 푸드득 깃을 치며 닦아놓은 거울에
물수재비 뜨는 바람의 점술 따읜 믿지 마세요
동경 속에는 아무 그림도 없습니다
달 하나 탱탱하게 들어차 수면에 닿으면
그 즈음에 더할 수 없는 부력을 단
마알갛게 씻긴 당신의 눈길을 거두면 됩니다
건너 편 마악 돋아난 인가의 불빛처럼
어느덧 당신도 누구에게는 아스라한 불빛
맑디맑은 저수지 하나를 품게 된 거지요
돌아갈 걱정일랑 그제쯤 열 길 물속으로 던져버리면 되겠군요
이미 가슴 안쪽까지 훤히 비치는
청사초롱 불 밝혔잖습니까
언제 한번 의림지에 꼭 오시지요
*충북 제천에 소재한 삼한시대 축조된 저수지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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