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글쓰기 싫어요. 그냥 놀고 싶어요. 그냥 그림이나 그리다가, 음악이나 듣다가 그러다가 영화 한 편 보다가, 그러다가 그냥 그냥 시간을 삶아 먹고 싶어요. 맛있게 삶아서 살살 뜯어먹고 싶어요. 뜨거워서 호호 불어 가면서요. 시간의 껍질을 얇게 벗기면 뭐가 나오는 지 아세요? 옆에 있는 딸이 피카츄가 나온대요. 저는 시간의 껍질을 벗기면 추억의 살집이 보여요. 살집속에 스며든 순간들의 향기, 또는 아픔, 또는 증오, 또는 후회 등등이 두껍게 따닥따닥 붙어 있어요. 그것들을 떼다가 실수해서 피를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결국,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 번 지나간 시간들은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 억지로 잡을 수도, 잡으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 그러다가 때가 되어 딱정이가 되면 자연히 떨어지거든요. 조금 가렵기는 해요. 그때요.
살다보면 누구든 이런 딱정이가 쉽게는 10개, 100개, 1000개도 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이런 딱정이는 적을 수록 좋다고 말해요. 하지만 적다는 개념은 깊은 상처가 많았다는 뜻은 아닐까요? 아니면 가벼운 상처가 적게 생겼을 수도 있구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허구헌 날 지지고 볶는 삶, 결국 삶은 자신이 선택한, 또는 선택되어진 길을 가는 것이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어떤 날, 영원한 안주를 하는 것, 상형문자, 사 ㄹ ㅁ 이 아닐까요?
김서경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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