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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집을 짓다/김호천

오늘도 클라리넷을 분다
관객도 없는 빈 방
가쁜 숨을 불어넣어
물레를 저어 소리를 짓는다

직선으로 벽에 부딪쳐 귀청을 찢던 소리가
아내의 이마에 주름 주던 소리가
안개가 능선을 넘듯 곡선으로 출렁인다
외로운 아낙의 울음소리 바람 타고
댓잎을 스치기도 하고
시름에 겨운 노인의 한숨이
구름으로 수 놓는다

슬픈 가락 즐거운 가락 엮어
베틀에 앉아 북 넣어 베 짜듯
나만의 집을 짓는다
까치가 짐을 짓듯,
조개가 껍질을 굳히듯
비단 실 뽑아 궁전을 짓는다

나는 나의 외로운 우주 속
노을에 등 기대고 서서
클라리넷을 분다. 오늘도

<한국 대표 서정 시선 8 중에서>

시를 쓰며 그림을 그리듯 쓰라는 말이 있다. 무형의 형상화를 통해 우리안에 담겨진 감성의 조각들을 끄집어 내어 선으로 또는 현으로 나타내는 것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노고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를 읽으며 “클라리넷”을 통해 자신안에 깊이 침잠해 있는 외로움을 꺼내어 날개를 달아주는 것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읽었다. “집을 짓다” 의 제목을 통해서도 우린 매일매일 다른 형태의 집을 안에서 밖으로 불러내어 짓고 있다. 오늘은 무슨 집을 지을까? 올 한해를 어떻게 지어볼까?  그런 고민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늘 즐거운, 때론 고단한 고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해를 시작하며 2018년은 가장 멋진 집, 가장 튼튼한 집, 행복이 소록소록 피어나는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하며  즐거운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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