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sation and Freedom, Holistic View 5<이강화 교수의 일요 문화 산책>

<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오랫동안 남성들의 시각과 보호에 길들여 있던 여성의 몸이 어느 날 자신의 존재성을 주장하면서 자유를 외치게 되고, 정숙하고도 얌전하였던 여성들이 갑자기 몸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주장하자 남성들은 자신들의 시선을 벗어난 이들을 보면서 갑작스러운 권위 상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몸이 해방되고 신체적 감각이 이른바 데카르트적인 코기토를 대신함으로써 남성이라는 사유적 존재가 유사 이래로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되었음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몸이라는 실재 대신 또 다른 추상적 존재를 통해서 실추된 권위를 회복한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음도 확실하다.

결국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신과 타자의 몸에 대한 시선과 관점의 변화이다. 더 이상 일방적으로 규정되거나 길들여지는 몸은 존재할 수 없으며 사유 이상으로 몸 역시 공간과 시간을 통해서 존재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외모지상주의라는 또 다른 물신주의가 팽배한 작금의 상황에서 몸에 대한 진실된 시선이 무엇이며 몸의 주체적인 존재방식이 무엇인지를 숙고하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혼의 감옥’이라는 오래된 폄하에도 불구하고 몸(육체)은 우리를 타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가장 구체적이면서 실재적인 표상이기에 자신의 몸을 결코 거부할 수 도 없고 동시에 타자의 시선 속에 영원히 방치할 수도 없는 것이다.

분리와 결합 그 무력함과 풍요함

우리는 일상에서 성(性)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첫째, 자연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 구조와 그 기능을 의미한다. 이것은 남녀의 신체적, 성적 역할의 분리라는 차원에서의 설명이며 여기에서 섹스(sex)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섹스는 라틴어 sexus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어원은 ‘자른다’, ‘나눈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 seco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성행위나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성적 욕망이나 성적 관심을 의미한다. 분리된 남녀가 성적으로 상대방을 서로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는 주로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셋째, ‘남성다움’ 혹은 ‘여성다움’과 같이 특정 사회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성적 타입을 의미한다. 자연적이라기보다 문화적, 역사적으로 형성된 이 개념이 오랫동안 ‘성적 차이에 근거한 권력의 차별적 분배’를 정당화했음을 역사는 잘 보여준다. 이를 거부하면서 중립적 입장에서 성을 표기하기 위해서 차용된 용어가 젠더(gender)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종교적 교리와 문화적 삶을 강조하면서 인간에게 명확한 성적 정체성을 요구하였다. 1995년 필리핀의 여성 육상 선수 낸시 나발타는 국제 경기를 앞둔 신체검사에서 남성으로 판정 받은 후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중성을 위한 경기가 없는 한 그(녀)는 두 가지 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연예인 하리수는 자신의 남성적 상징을 마지막으로 제거함으로써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온전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세기 말, 특히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위에서 구분된 전통적 성 개념들로서 설명할 수 없는 양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의 시초는 지난 세기 초부터 페미니즘 차원에서 전개되었던, 다양한 성적 차별에 대한 투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서구를 중심으로 사회 각 영역에 만연한 성차별에 대한 투쟁은 고등교육, 직업분야, 참정권 등에서의 여성의 참여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이른바 ‘남녀역할 바꾸기’가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공적 영역에서의 이런 변화는 사적 영역에서의 성의식과 성관행의 변화 내지 해체로 나타나게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금의 젊은 세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남녀 간에 점점 모호해지는 성 정체성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귀걸이, 목걸이에다가 여성의상과 다름없이 신체의 윤곽을 드러내는 밀착된 의복을 입는 예쁜 ‘꽃미남’ 옆으로 펑크 머리를 하고, 군복을 입고, 밀리터리 패션을 걸친 ‘터프 걸’들이 걸어가고 있다. 주로 대중문화의 아이돌 스타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유니섹스’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현상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나 표현에서 더 이상 전통적 성적 구분이나 정체성의 요구는 무의미함을 보여주고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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