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 김호천
호숫가 굽어진 길
은행나무 아래
빈 의자가 있어요.
호수 건너엔 다리가 있고
멀리 푸른 하늘이 보이는 곳.
그대 지치고 외로울 땐
남 몰래 보아 놓은 빈 의자로 와요.
다리만 건너면 되요.
같이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눈길만 주어도 위안이 될 거예요.
학이 날아 와 친구를 기다리나 봐요.
또 한 마리 날아와 짝을 이루네요.
지나는 구름이 학을 안고 흘러요.
부리를 비벼대며 흥겨운 춤을 추어요.
파문이 일어요.
나뭇잎 떨어져 잔 물결 이는 호숫가
아늑한 곳 외로움을 달래 줄
빈 의자가 있어요.
함께 앉아 우리 친구가 되어요.
세월에 상처 난 손
그대 잡아주기는 어려워도
거친 바다를 건너다 지친 날개를 쉬게 할
어깨는 있어요.
그러니 어서 날아와요.
다른 사람들이 앉으면
오래 기다려야 할는지도 몰라요.
호젓한 내 마음의 빈 의자로.
시집 <초원의 반란>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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