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화 안 하요
징허게 화 안 하요
눈물도 삼켜버린 저
시커먼 바다는
여기저기, 이곳저곳
사방팔방으로 돌고 돌다
마침내 돌아온 바람난 남정네처럼
다시 좌정하였소이다.
화 안하요
오지게도 화 안하요
가슴을 뚫고 지나간 저 총소리
누구라서 그 구멍난 가슴
메우며 살까요
화 안하요
미치게도 화 안하요
너도 나도 기다리던 봄 날
너도 나도 눈물짓게 하던 그 봄은
이제는 알러지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말지요
화 안하요
눈이 부신 그대의 모습
오늘도 비틀거리는 걸음
한 발 한 발 그대가 걸어 왔을 길로
나도 내 딛어 보네요
환장하게 눈이 부신
그 날도 그. 그. 그 날에도
모두 비틀거리며 쓰러지던 날 들
자목련, 백목련, 벛꽃, 개나리, 진달래, 풀꽃 까지 외면받던 그 날
그대는 속 울음 삼키며 내 기억속으로 뚝뚝 떨어지던 낙화 이더이다
*** 해마다 봄 이되면 언제부턴가 가슴에 시리디 시린 하늘이 누워버렸다. 너무도 아픈 날들이 많아서 차라리 봄을 보지 말았으면 하던 때도 있었다. 하물며 내 가슴이 이리 무너져 내린 계절이 있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봄을 봄이라 하느뇨…300명의 어린 학생들이 수장된 서해 바다, 수 많은 5.18 영령들이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는데…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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