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oogle Images)
무릇 꽃들은 버티고 버텨
기력이 다해 숨을 거두는데
화사한 모란
선혈의 칸나
탐스런 목련
동백은 어이하여
청청한 모습을 지키지 못해
피자 벌써 지상에
몸을 던지나
오랜 세월 흘러도
연연히 가슴을 아리게 한
요절한 벗의 얼굴이
떨어진 꽃에 어린다.
사월 부활절에
머리털 희끗희끗한
벗의 부인을 만나다.
동백꽃이 질 때면
벗이 마냥 그립다.
2019.4.15
** 꽃이 피자 봄이 달아난 듯 하다. 봄은 모든 기억들을 불러 들이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깊은 땅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봄 들이 기지개를 켜면 망각의 늪에서 다시 기억의 물 줄기를 타고 흐르는 지나간 것들이 수면에 떠오르곤 한다. 김호천 선생님의 “동백꽃이 질때면” 은 이미 당도한 봄을 통해 지난 세월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벗, 어쩌면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이주한 벗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속에서, 부활절에 만난 벗의 부인의 얼굴을 보니 그 벗을 만난 듯 하지만 만난 것은 그리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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