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from bing Images)
너는 몰라보더구나.
항상 너의 주변 등장인물로 맴돌고 있어도
못 알아보더구나.
지난번 생에서는 너의 단짝친구 미선이었고
그 지난번에는 스스로 매일 찾아와 물을 주던 너의 고무나무였고
또 그 지난번에는 너가 기르던 미미라는 고양이었는데
너는 역시 모르더구나.
그 전에는 너를 대신 길러주었던 연옥이라는 너의 이모였고
그 전에는 너를 따라다니던 남동생이기도 했었는데
역시 너는 알아보지 못하더구나.
지금도 너는 모르고 있구나.
이제는 너와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대하고
매일 들고 다니도록 할 뿐 아니라
지금도 너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너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구나.
언제쯤이면 내가 바로 그라는 걸
너가 알아볼 수 있겠느냐 도대체 그 어느 날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앞으로도 수백 번 아님 수천 번쯤은
다시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와 나만이
이 지구로 데려올 수 있는 또 다른 그를 위하여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너가 운명을 알아 볼 때까지
다시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2010. 3. 14. “너의 손거울”
** 이 시를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오고 감을 모르면서 또는 어림 짐작하면서 한 생을 마감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 이전의 누구의 누구였을 수도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간과 하거나 또는 피상적인 것들에게 우리의 관념이 고정되어 있을 수도 있음을 전혀 생각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그 무엇은 어쩌면 그 전에 이미 당신을 보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의 해석은 읽는 자의 몫이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마음 높이에 맞게 읽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일단 그렇다는 것이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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