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Corih Kim)
내 고향 죽동에 가서 보았네
대나무 활을 들고 놀던 아이도
개울에 멱 감던 소몰이 소년도
떠나갔다네
내 고향 죽동에 가서 보았네
바람에 긴 꼬리 흔들던 가오리연도
그물에 걸려들던 송사리떼도
볼 수 없었네
산 구릉 깍아 덮어 정돈된 논밭에는
기적처럼 하얀 빌딩 쑥쑥 자라고
흙먼지 풀풀 날리며 골목길을 돌아온 바람도
방문증 받아야 들어간다네
무심한 세월에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지형마저 바뀐 평탄 마을
등고선이 사라진 마을 어귀에서
낯설고 낯선 내 고향을 보았네
*** 낼 모레면 한국의 설날이다. 설날에는 서울등 객지에서 돈 벌이를 하는 자식들이 양 손에 사과 상자, 배 상자 사 들고 고향으로 잠시 돌아오는 날이다. 그 옛날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도로가 10시간이 걸렸느니, 또는 무궁화호 타고 내려 왔느니 골목 어귀 마다 고향 길이 멀고 멀지만 그래도 설에는 꼭 내려와 부모를 찾고 조상의 산소를 찾는 것이 기본이었다. 차용국 시인의 시를 읽으며, 머나먼 태평양 건너 대서양이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나는 정말 고향이 어디인 지 이젠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언젠가 고국 방문 때 알아차려 버렸다. 누군가 묻는다. 고향은 어디에요? 난 대답이 궁색해짐을 알고 막막해진다. 고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탯자리는 이미 고층 아파트가 내 추억을 다 삼켜 버렸고, 내가 다니던 골목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난 대신 내 추억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곳, 양림동을 잊지 못한다.아버지의 고향이 내 고향이 아니며, 할아버지의 고향이 내 고향이 아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속에 영원히 파릇파릇 싹을 튀우는 봄, 양지 바른 언덕배기, 그 곳,아지랑이 하늘거리던 양림동, 뽕뽕다리 스치듯 지나치고, 서동, 여름이면 보리냉차에 아이스케키를 먹기 위해 지나온 다리 만큼 인생의 다리를 세우며 걸어갔던 여름성경학교… 그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난 자신있게 답한다. 맞다. 고향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현존하는 장소이다.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변치 않을 곳, 그곳은 내 추억이 숨쉬고 있는 살아있는 고향인 것이다. “낯설고 낯선 내 고향을 보았네” 처럼 이미 낯설어버린 곳, 낯선 고향은 이미 기억의 “등고선”조차도 지워 버렸나보다. 사라진 고향을 가진 이는 더는 고향을 하늘 아래 세우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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