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from Google Images)
귤
청곡 김호천
호수에 구름이 떠 흐르고
그 구름에 걸친 다리를 걷는다.
마른 나뭇가지는 물 차오르는
봄을 부르는 소리
아내는 앞서 가는데
나는 자꾸만 뒤쳐진다.
쉼터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귤 하나를 까서 건넨다.
갈증을 달랜다.
걷다 한참을 못 가서 주저 앉으면
아내는 마냥 서서 기다린다.
혼자 그냥 갈 수 없는가 보다.
걷다 쉬고 걷다 쉬고
한평생 걷는 길이 어디 쉬운가
지친 나를 비웃듯 새 한 마리
허공으로 날개쳐 오른다.
아내가 또 귤을 까 건네는데
칼자국에 주름진 굵은 손마디
그렇구나 그의 고왔던 싱싱한 젊음을
내가 다 까 먹었구나.
*** 귤과 아내를 비교하며 귤을 까먹으며, 귤의 껍질을 까면서 아내의 굵은 손마디를 대비한 시인의 잔잔한 고백이 60을 넘은 남성들에게 또는 아내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남편이란 이름으로 함께 이인 삼각의 긴 인생길에 어떤 삶의 나침반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사람으로서 시인의 잔잔한 고백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시인의 시를 3월의 첫 번째 주에 올리며, 깊어가는 달콤새콤한 귤 맛을 더 늦기 전에 느끼고 싶다. 귤은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코리일보/COREEDAILYCoree ILBO copyright © 2013-2019. All rights reserved.
This material may not be published, broadcast, rewritten or redistributed in whole or part with out the express written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