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우리 모두 다 하늘이 땅인 줄 만 알았다
우리 모두 땅이 하늘인 줄만 알았다
한 마음 한 뜻 인 줄 알았지만
어떤 놈은 나를 칭칭 감고 올라가며 내 어깨를 누르더니 나 먼저 하늘에 터를 세우는가 하면
어떤 놈은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나의 땅을 밀어내고 있다
어떤 놈은 부드러운 내 삭신을 바늘로 찌르며 나를 쓰러뜨리는 가 하면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산 세월에 몸도 마음도 오직 그 곳만 향한다는
그 찬사가 얼마나 배알이 꼬였는지 온 몸을 비틀며 나를 유혹하여도
난 그저 내 갈길 가야만 했다
어떤 놈은 머리 꼭대기에 새 집을 짓고 식구를 늘리더니
그 동네는 범접도 못하게 아침부터 밤까지 난장판을 만든다
세상이 온통 옳고 바른 놈 보다는 더 화려한 색으로 몸을 감싸고
눈길을 잡아끄는 그 놈들에게 꽂혀 있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그저 쉬고 싶지만 쉴 곳 하나 없는 이들도 있다
세상에서 이리저리 내 몰리는 우리는
어느 날 다시 화 안하게 불 타 오르거나
없는 자의 가슴을 데우는 따뜻한 온기 이거나
아니면 다시 새 날을 기약하며 지나 온 길을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놈은 어느 날 젊은이의 도끼에 정수리가 쪼개지는 비극을 맞이하거나
지나가는 벼락과 번개에 꺽여진 허리에 검은 재만 남기게 될지니
부디 평안하시라, 부디 강건하시라, 부디 청청하시라.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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