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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마시는 한 잔의 시~한혜영

2015-01-01 14.57.29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한혜영

공무원을 하던 동생이 그 짓을 때려치우고 태평양을 건너 뉴욕으로 이주, 세탁소 주인이 되어버린 뒤 일년 내내 태평양 주름살과 씨름을 하고 있다 눌러도 눌러도 좀처럼 펴지지 않는 태평양 그 시퍼런 치마폭 다려야할 물굽이는 첩첩이 밀려오고, 질 나쁜 가루비누처럼 시원찮은 영어는 좀처럼 거품이 일지 않아 다 때려치우고, 돌아갈까? 니 맘 내 다 안다, 안다 하면서도 치마폭 솔기 하나 잡아주지 못하는 이 누나도 사실은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바다를 입은 채 십년 내내 미친것처럼 출렁거렸다 어차피 이쪽과 저쪽 끝에서 팽팽하게 잡아주지 못할 바에야, 동생아 바다는 구겨진 채로 펄럭일 수밖에 없으니 펄럭이게 내버려두거라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다리미 바닥에 쩍쩍 들러붙는 바다가 있어 오히려 다행한 일 아니겠느냐 아니겠느냐이런 소리를 내며 물결이 밀려온다는 거, 머지않아 듣게 될 것이니 고스란히 듣게 될 터이니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중에서

*** 한혜영 시인의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는 힘든 이민 생활을 그린 시다. 그 안에는 동생의 이민 생활을 통해 시인 자신도 이민자로서의 아픔에 같이 동참하는 누이로  가슴으로 쓰다듬는 격려다.

첫 행의”공무원을 하던 동생이 그 짓을 때려치우고 태평양을 건너 뉴욕으로 이주, 세탁소 주인이 되어버린 뒤 일년 내내 태평양 주름살과 씨름을 하고 있다” 에서 볼 수 있듯이 태평양을 건너온 동생의 이민 생활의 삶이 고스란히 눌러져 있다. “공무원을 하던 동생” 은 어느 정도는 육체 노동자가 아닌 정신 노동자의 표상이다. 그런 동생이 세탁소 주인이 되어, 많은 이들의 눌리고 주름진 곳을 올바르게, 매끈하게 펴는 삶, 세상의 온갖 더러운 오물로 더렵혀진 옷을 깨끗하게 세탁을 해 주는 삶을 살고 있는 동생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세탁소 주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 서양의 문화적인 충돌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살아가면서 마치 다리고 또 다리면서도 여전히 입을 땐 주름이 펴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겨드랑이쪽엔 아직도 주름이 오글거리는 옷을 세탁소 주인은 그 옷을 좌.우로, 또는 위. 아래로 돌리면서 주름을 편다. 한쪽 주름을 잡으면 다른 쪽이 울렁거리는 우리네의 삶을 보여준 시다.

동생의 세탁소의 삶도 그리 녹녹하지 않음을 “어차피 이쪽과 저쪽 끝에서 팽팽하게 잡아주지 못할 바에야, 동생아 바다는 구겨진 채로 펄럭일 수밖에 없으니 펄럭이게 내버려두거라” 누나는 먼저 이민온 사람으로서 “니 맘 내 다 안다, 안다 하면서도 치마폭 솔기 하나 잡아주지 못하는 이 누나도 사실은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바다를 입은 채 십년 내내 미친것처럼 출렁거렸다” 동생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리고 겪은 고통을 이미 겪어왔기에 동생의 현재 시재의 모습을 이해하고 같이 아파하면서 동생에게 위로의 말로 “펄럭이게 내버려 두거라” 라고 말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그 다리미로 태평양의 주름을 펴는 날은 올 것이니 희망을 가지라는 말로 반복적인 화법,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다리미 바닥에 쩍쩍 들러붙는 바다가 있어 오히려 다행한 일 아니겠느냐 아니겠느냐 이런 소리를 내며 물결이 밀려온다는 거, 머지않아 듣게 될 것이니 고스란히 듣게 될 터이니” 으로 안타까움과 함께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현재의 아픔과 고통이 언젠가는 꼭 축복의 날로 바뀔 수 있음을 믿고 살기를 바라는 누이의 마음이 깊이 배어있다.

이민 온 사람들이 공통적이 갖고 있는 과거의 삶, 그것이 현재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를 분연히 극복하고 현재의 삶에서 내일의 영광스런 나날을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미래의 지도는 현재 우리가 바라는 만큼은 못 될 지 모르나, 가깝게 이루어짐을, 또는 더 낫게 바뀔 수도 있음을 누나로서 동생에게 격려하는 이 시를 통해,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다 세탁소 주인이다. 우리의 삶을 이리 다리고 저리 다려도 꼭 한 쪽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를 본다.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희망의 소리다.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이 시를  주말에 보낸다.

미국은 메모리얼 주말이다. 전쟁터에서 사라진 많은 영령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나라 사랑에 감사와 함께 남겨진 가족에게 보내는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다.

힘든 날들을 견디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 그 믿음대로 꼭 여러분들도 좋은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한혜영시인은 이 책들을 모두 쓰신 작가이다. 그녀의 책들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서 사랑받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들을 읽고 편해지면 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올리며 이 책들을 올려본다.

한혜영시인은 이 책들을 모두 쓰신 작가이다. 그녀의 책들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서 사랑받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들을 읽고 편해지면 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올리며 이 책들을 올려본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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