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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마시는 한 잔의 시~~ 변산바람꽃/김호천

Photo from Googl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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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맞으며
소녀들이 옹기종기 깔깔거리고 있습니다.
부끄럼도 없이 물 오른 다리를 드러내
낙엽 사이 바위를 기대
미소를 흘리고 있습니다.
보랏빛 점점이 박힌
하얀 머플러를 날리며.
아니, 잔디 운동장에 흰 셔츠를 입은
소녀들이 도수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나는 바람의 호각 소리에
손을 흔들어 봄을 추어댑니다.
꺾일 줄 모르는 가냘픈 다리는
모진 바람도
돌아서 갔나 봅니다.
겨울을 떠나 개나리, 진달래보다
저만치 앞서 달리는
봄을 입은 소녀들
내 누이 머리에 꽂아
누이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싶습니다.

 

*** 이 시는 변산바람꽃, 학명(Eranthis Byunsanensis B.Y. Sun)이 유일한 한국의 지명으로 변산이다. 이 꽃의 이름은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처음 변산반도에서 채집해서 발표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암울한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희망을 향해 달려온 봄의 전령사, 변산 바람꽃을 김호천 시인은 “물 오른 다리를 드러내”고 있는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 소녀들로 표현했다.  “순수” 란 꽃말처럼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마치 “잔디 운동장에 흰 셔츠를 입은 소녀들이 도수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로 꽃이 옹기종기 햇볕을 받으며 겨울의 끝을 물리느라 몸을 움직이며 도수 체조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귀엽고 앙증맞은 그러나 감히 손을 가져다 대기에는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기위해서는 누구든 몸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마치 긴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고, 꽃을 틔우기위해 마지막 한 번, 다가 올 그 꽃샘추위의 협박에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그때 용감무쌍하게 세상을 향해 고개를 쭉 내밀고 얼굴을 들이민다. 그를 보기위해서 예외없이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어야 볼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겸손을 배운다. 그들은 이미 “봄을 입은 소녀들” 이 되어  “누이의” 얼굴에 햇살 번지게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이 시에서 본다. 절망의 끝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음을, 희망은 그것을 보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자만이 볼 수 있다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보려는 의지와 용기가 절실한 요즈음, 이 시를 권한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를 들으며 시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김호천 시인은 한국 서정시인이다. 이 시는 ” 미래로 가는 시인들의 나라(Poet’s Countries for the future)”에 기고한 작품이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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