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둥근자리 _ 폐광에서
서경숙
한여름 휴가 길 보령 폐광에서 양송이버섯을 기른다기에 들렀다 갱도에서 소름돋는 찬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갱도를 따라 내려간다
생의 막장
뼛속에서 퍼 올린 눈물들이
고드름처럼 거꾸로 매달려 자라나고
쾅쾅 대못을 쳐 입구를 봉쇄해 버린
무의미의 방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데
방 귀퉁이 정지해 있던 씨앗 하나가
스스로 다른 빛깔로 발아하고 있다
엎드려 있던
꽃들이 폭죽을 쏘아 올린다
등골 서늘한 냉기로
다른 생명을 키워 내는
저, 어둠의 발화
겨드랑이 밑에서 양송이버섯이 자라고 있다
** 이 시를 읽으면서 “폐광” 과 “생의 막장”을 통한 깊이있는 성찰을 시인은 노래한다. 시는 시인이 쓴다. 해석은 읽는 자의 몫이다. 가능하면 이 시를 어느 한 쪽에 국한시켜 내 잣대로 재고 싶지않다. 그만큼 이 시는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 할 것 같아서이다. 서경숙 심리학 박사의 시다.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을 시에 도입한 것같은 생각도 든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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