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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of Culture (이강화 박사의 일요 문화 산책)

<Ph D. Lee, Kang Hwa, Gae Myung University>

2) 문화주의의 전개

문화주의는 이처럼 자국의 문화가 전후 영국의 특수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자각에서부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은 자본주의적 산업 생산 양식의 부활, 복지 정책의 수립, 그리고 러시아 공산주의에 대항한 서구 세력의 결집 등으로 인해 새로운 영국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과거의 계급이 사라짐으로써 전쟁 전의 영국과는 단절된 것처럼 보였고, 미국화된 대중문화가 새로운 미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영국의 문화 연구는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 그들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이해하고 재평가하려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이와 같은 변화와 아울러 나타난 영국 노동계급의 ‘부르조아적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계급의 생활 조건이나 이데올로기가 중류계급의 그것과 차별성이 없게 되었으며, 따라서 도시 노동계급의 생활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도시 노동계급의 가치 구조와 사회 구조가 어떻게 존속되고 있는지에 대해 탐구했다.

현대문화연구센터는 1964년에 호가트가 버밍엄 대학에 설립한 문화연구소였다. 이 연구소는 본래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로부터 영향을 입었지만 이후 미국적․경험적 사회과학에 대해 결별하고, 미디어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에 대한 분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한 분석에서 미디어는 ‘중요한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세력, 사회 관계와 정치 문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수용자들에게 대중적 이데올로기를 형성, 변형시키는 데 지배적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정의되었다.
그 결과 미디어의 행위적 ‘효과’보다는 그 이데올로기적 ‘효과성’에 더욱 주목하여 힘의 구조와 미디어의 ‘정치학’ 탐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연구소의 연구는 곧 프랑스의 구조주의의 수입과 함께 문화주의를 복합적이고 때로 갈등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주었고, 따라서 연구소의 연구 업적이 감소되면서 영향력도 축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래엄 터너 저, 김연종 역, <문화 연구 입문>, (서울: 한나래, 1995), 94 – 96면 참조.)

따라서 문화주의는 영국 피지배계급의 특이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전후 미국의 상업문화는 전세계에 범람하였는데, 같은 언어권인 영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물론 공유학파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서 일방적인 비난으로 일관하겠지만, 새로운 세대들은 자신들도 속해 있는 노동계급이 변혁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왜 미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는가를 이해하고 설명해야 할 의무를 느끼게 되었다.

문화주의에 속하는 대표적인 세 명의 학자들이 모두 명문대를 졸업한 노동자 계급의 출신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영국에서의 대학 진학률은 아주 저조했으며, 더구나 노동자 계급에게 옥스포드나 캠브리지와 같은 명문대학의 입학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전후 영국의 교육풍토가 많이 변화되었고 특히 당국의 노력에 의해서 장학금의 수혜가 확대되면서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에게 명문대학 입학의 기회가 훨씬 많이 부여되었다. 덕분에 조그마한 소도시의 빵집 딸이었던 대처여사도 옥스포드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이들은 대중문화의 주체인 대중을 새롭게 해석하려고 한다. 대중을 수동적이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대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익명적이고 원자화된 mass라는 개념 대신, 피지배집단의 유기적 결합체를 의미하는 popular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동시에 노동자를 포함하는 피지배계급의 문화를 단순히 계급적인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문화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므로 그 폭을 넓히려고 한다.

문화주의의 핵심적 특정은 문화의 수동적 소비보다 능동적 생산 즉 인간의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문화주의는 문화를 교양의 개념으로 보았던 리비스나 아놀드 식의 다분히 엘리트주의 적인 관점을 비판하면서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한 피지배계급의 이른바 ‘살아 있는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물질적 토대가 문화적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하며 문화라는 영역이 물질적 토대에서 상대적인 자율성을 누리며 적극적으로 물질적 토대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주의의 이론적 입장은 구조주의와 대립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구조주의가 인간의 문화적 실천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주로 구조에 의해 모든 문화의 의미가 결정된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대해 문화주의는 명백히 반대의 입장을 보여준다. 문화주의는 구조보다는 인간에, 이데올로기보다는 인간의 경험에, 지배계급의 전략보다는 피지배 계급의 전술에 관심을 갖는다. 문화주의는 대중이 문화적 실천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적 영역을 구축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찾으려 시도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문화란 단지 미학적 차원에서 질이 낮은 문화가 아니라 대중의 사상과 행위를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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