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고목
청곡 김호천
나무 나이 오래지 않은 숲에 들면
바람에 가지 부딪히는 상큼한 소리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 오동나무 잎 소리
새들 방울 굴리는 소리까지 흥겨운데
비 바람 눈보라 속에 세월 살아
몸 부르터 고목의 나이가 되면
나뭇가지 스치는 바람소리 사납고
곧은 성질에 가지조차 꺾여 서글퍼
경로당 노인들이 한바탕 목이 터져
요란한 소리 골목에 차 놀라고
마당의 여문 대추 우두둑 떨어지고
새들이 놀라 혼을 잃었다고
나이를 먹으면 입술 물고 오는 말 한 귀로 흘리고
거슬리는 걸음걸이 처녀 보듯 할 것을
겨울 찬 바람에 가지 꺾인 고목
젊은 날의 푸른 잎, 흔들리는 여유 잃고
흐르는 구름 가슴에 품고
외로움과 적막에 누우려나.
슬픈 고목이여.
*** 벌써 구월이다. 여름의 끝 자락을 간신히 붙들고 있지만 저 손길마저 뿌리치고 가는 세월 앞에 우리는 항상 속수무책이다. 세월을 붙잡을 다른 묘안이 없을까? 궁리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세월이 우리보다 강한 녀석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에 알게 된다. 하여, 우리는 우리를 뜯어 고친다. 어떤 이는 마음을, 어떤이는 얼굴을…김호천 시인의 “슬픈 고목”을 보며 우리 모두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외로움과 적막에” 슬퍼하는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고목이 될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 가을을 여는 9월 첫날과 8월 마지막 날이 만나는 시공에서 “지금”을 정말 Enjoy”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실었다.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