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ing And Questioning of Historical Consciousness 부끄러움 또는 질문하는 역사의식 8<은우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 항쟁 희생자들에 대해 광주 시민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졌기에 그가 민중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며,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날 수 있었던 기반이요. 촛불 혁명의 산실은 바로 5.18광주 민주화 운동이라고 지난 5.18일 광주 망월동 국립 묘지에서 있었던 기념식에서 말했다.

<Gwangju : Prof. Woogeun Eun>

부끄러움을 지니게 된 계기는 외적 조건, 곧 국가 폭력과 같은 외적 강제에 의해 마련될 수 있겠지만, 부끄러움이라는 질문 그 자체는 외적 권력에 의해 강요될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반성능력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대개 우리는 분열되어 있고 분열속에서 나를 인식한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의 부끄러움은 하느님의 명령을 어김으로써 신과 유대가 단절된 자신을 발견한 자의식이다.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서 사제와 민중의 부끄러움은 공포로 인해 공동체와 유대가 단절된 스스로 를 발견함으로써 생기는 ‘집단적’ 자의식이다. 전자가 신에 대한 또는 신을 마주한 자기의식이라면, 후자는 역사에 대한 또는 역사를 마주한 자기의식이었다. 전자가 신의 명령을 어김으로써 신과의 유대가 단절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면, 후자는 공포로 인해 타자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함으로써, 공동체와의 유대가 단절된 것에 대한 반성이다.

하나됨을 유지하지 못한, 공동체와의 분열을 경험하는 가운데 느끼는 부끄러움과 죄책감, 그리고 부채의식이 5월 민중의 집단 정서의 공통분모이다. 이 부끄러움은 하나의 역사의식이다. 역사의식이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 따라 파악하고, 그 변화과정에 주체적으로 관계하려는 의식, 곧 역사적 변화에 대해 주체적 실천으로 관계 하려는 의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당대의 시대적 과제인 민주주의 실현을 염원한 민중과 그리고 타자의 고통과 함께 하고자 한 민중과 사제들의 역사의식이 부끄러움, 죄책감, 부채의식 등으로 발현된 것이다.

3. 부끄러운 자들을 위한 연대

5월 민중은 분노와 부끄러움을 함께 간직했다. 부정의에 대한 분노도 부끄러움과 마찬가지로 자의식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분노가 “외향적인 부정적 도덕감정” 이라면 부끄러움은 “내향적인 부정적 도덕감정”이다. 5월 민중에게 이 두 감정은 “동전의 양면” 처럼 서로 의존했다.

5.18이후, 부끄러움은 5월 민중에게는 죄책감과 자부심의 정서로, 광주 바깥 사람들에게는 부채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죄책감이 5월 민중항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정서였다면 부채의식은 간접적인 관련자들의 정서로 민주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한 집단 정서였다. 도덕적 감정으로서 부끄러움은 ” 나 자신이 타인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통받는 타인과의 공감과 연대라는 규범적 기대를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는 반성에서 생겨난다. 부채 의식 또한 신군부의  5. 17 쿠데타에 맞서 5월 민중과 함께 저항하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이미 언급한 최윤의 소설은 5월 민중의 마음의 상처로서 죄책감 또는 부채의식을 그리고 있다. 아무도 주인공 소녀의 절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단지 미친 사람으로 간주될 뿐이다. 소녀는 바로 5월 민중이다.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계속 지니고 있다면 삶을 지속할 수 없다. 그 죄책감이 직접적이라면 소녀처럼 미칠 수도 있다. 현실의 민중은 미치지 않았지만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부끄러움과 부채 의식, 죄책감을 지녔더라도 꾸역꾸역 밥은 먹어야 한다. 살아가야 하니까. 산다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신성한 것이니까. 광주의 시인들은 5월민중항쟁이 진압된 이후의 죄책감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어렵구나 무섭구나/ … . “(김준태 시인의 “아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중에서) ” … 많은 사람들 쓰러져 죽었고/ 갇힌 사람과 쫒겨난 사람들의/ 낭자한 오열이 흐르는 / 이 시대의 비극의 대명사/ 동지를 잃은 우리들은 / 모두 다 하나의 죄인이 되었구나…(문병란 시인의 송가 중에서)

부끄러움과 부채의식, 죄책감은 3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시절에 있었던 사람은 가슴 깊숙이 박혀서 도저히 빼 낼 수 없는 돌 처럼 굳어져 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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