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ing And Questioning of Historical Consciousness 부끄러움 또는 질문하는 역사의식 12<은우근 교수>

<Gwangju : Prof. Woogeun Eun>

무장 시민군이 무기 회수를 거부한 것은 폭력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순교를 선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총을 들어서 자신의 목숨조차 지킬 수 없음을 확인한 상황에서도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악스런 야수적 폭력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동기 곧 자위를 목표로 시작된 시민군의 무장은 순교로 끝을 맺었다.

“5.18때 시민들이 힘들더라도 무기를 들지는 말았어야…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의 모범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총을 안들었다면 희행이 더 적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많은 희생 때문에 민주화의 대의가 살아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윤공희 대주교의 증언은 교회 지도자로서 비폭력 저항을 지지하면서도 무장 시민군이 자신들의 희생을 통해 5월민중항쟁의 대의를 수호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무장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계급이 노동 계급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5월민중항쟁의 가치를 지켰으며, 그 죽음에 대한 민중의 부끄러움은 죄책감과 부채의식으로 남았다. 매년 5월, 부끄러움을 통한 역사의 질문을 확인하고자 수십만이 망월동을 찾았다.

짖밟혀도 일어설 줄 모르는 국민, 억압 당하면서도 분노할 줄 모르는 국민에게 민주주의는 없다.5월 민중은 그냥 당하지 않았다. 5월 민중은 군부 독재의 폭력을 몸과 몸의 부딪힘, 몸의 으깨어짐을 통해 거부했다. 폭압에 그냥 당하면 안돼! 맞서서 싸워야 해. 끝까지. 싸우다가 진다면 지더라도 진 것이 아냐! 왜? 싸움이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것이 5.18의 진리다. (신진욱의 “폭력앞에 놓인 자가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폭력수단의 보유자는 그를 죽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부끄러움과 죄책감, 부채 의식을 간직하고 5.18이 계속되고 있다고 외치는 민중 안에서 5월민중항쟁은 언제나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였다. 따라서 5월민중항쟁은 미완의 혁명이다. 5월민중은 분단을 규정하는 군사 폭력과의 대결에서 일시적으로 승리했고, 결국 패배했지만 처절하게 끝까지 싸운 그 정신으로 6월 항쟁을 비롯한 그 이후 민주화 운동의 동력을 마련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선 민중, 그들의 못다한 삶의 노래는, 자유를 향한 불타는 의지는 6월 항쟁으로, 촛불로 활활 타올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80년 5월민중항쟁에서 공수부대의 잔혹하고 끔찍한 몽둥이 찜질과 대검 난자질이 유발시킨 민중의 공포와 자기 모멸감은 부끄러움, 죄책감, 부채의식으로 발전했고, 이것은 하나의 역사의식을 형성했다. 5월민중은 부끄러움을 계기로 역사 주체로서 집단적. 공동체적 깨달음에 도달했다. 이 부끄러움은 개인의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역사적 주체의 자기반성의식이며, 주체의 성숙, 교양화를 가능케 한 집단적 역사 의식이었다.

5월 민중은 국가 폭력의 만행에 짓밟히며 지배 구조에 대한 역사적 깨달음에 이르렀고, 목숨을 건 저항의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실현하고 자신들의 내부에 잠재한 신비로운 공동체의 힘을 확인했다. 5월 민중은 국가, 군대, 미국등 분단 체제를 작동시키는 기제를 단번에 깨달았다. 야수적인 국가 폭력은 민중의 이런 집단적 깨달음에 도달할 때 역사가 변화한다. 이런 깨달음과 그것의 확산은 지배구조를 위협한다. 그 위협성 때문에 신군부는 5월민중항쟁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하고 호남을 고립시켰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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