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rector’s Role in the Creative Movie Artistry (이강화 교수의 일요 문화 산책)

<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영화가 작가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될 수 있다면 영화는 사실주의에서 말하는 현실(Reality)이나 표현주의에서 말하는 환상(Fantasy)이 아니라, 한 개인의 진술(Statement)이 되는 것이다. 이제 영화도 다른 기존의 예술양식처럼 사적 표현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개인적 자유와 창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까이에誌는 이후 작가 즉 오떼르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면서 자체의 기준에 따라 감독들의 등급을 매기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은 유럽감독들에 한정된 작가칭호를 반발하면서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들에게 ‘위대한 작가’(master)라는 호칭을 부여하였다. 그런데 ‘정책’이란 말의 뉘앙스가 그러하듯이 ‘영화정책’이니 ‘영화작가’니 하는 개념들은 자국 프랑스 영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비평하려는 일군의 젊은 비평가들의 혁신적인 태도 내지 방식을 의미하기에 애초부터 어떤 구체적이거나 체계적인 이론이 아니었고, 동시에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서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던 이러한 상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등장한 50년대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까이에誌는 150호, 151호에 미국 영화 특집을 마련하여 무려 120명의 미국 영화감독을 분석하였다. 다음 작품들은 특집호에 실린 1962년까지의 미국 유성영화 베스트 10이다.

1. 스카페이스(하워드 혹스), 2. 위대한 독재자(찰스 채플린), 3. 현기증(알프레드 히치콕), 4. 수색자(존 포드), 5. 사랑은 비를 타고(진 켈리, 스탠리 도넨), 6. 상하이에서 온 여인(오손 웰즈), 7. 인생보다 큰 것(니콜라스 레이), 8. 천사의 얼굴(오토 프레밍거), 9. 죽느냐 아니면 사느냐(에른스트 루비치), 10. 오명(조셉 폰 스턴버그)

제 2차 대전 중 프랑스는 나치 점령군과 비시정권에 의해서 표현과 자유가 철저하게 억압되었고, 이것은 그들의 영화적 전통이 강압적으로 단절되었음을 의미하였다. 그러다가 전쟁이 종결되자, 그 동안 금지되었던 헐리우드 영화들이 프랑스에 물밀듯이 빌려들어왔다.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 그들을 둘러싼 물질적 풍요와 쾌락, 꿈과 부의 성취 등 헐리우드 영화의 세련된 표현은 물질적 빈곤과 침울한 정서에 찌들었던 프랑스인 특히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다. 이런 외적 상황과는 별도로 전통적으로 프랑스 지식인들-사르트르와 메를로 뽕띠와 같은 철학자들, 까뮤와 꼭또, 그리고 뒤라스 등의 작가들-이 영화에대한 관심을 지대하게 드러내었는데, 이것이 프랑스 젊은이들로 하여금 영화를 다시 이해하고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헐리우드 영화를 다시 본다’ 라는 자기 각성을 통해서 신진영화인들은 자신들의 영화적 전통을 좀  더 반성적으로 보게 되었다.

빠른 편집과 스튜디오 촬영의 세련됨 등 헐리우드 특유의 영화문법은 까이에誌의 편집인들이 보기에 거만하고 전통적 구습에만 연연해하는 프랑스 영화와 대비되는 영화 고유의 표현방식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제작자의 월권적 지배하에서 대중을 즐겁게 해야만하는 헐리우드의 제작 풍토 속에서 각자의 독특한 영화언어를 구사하는 감독들의 창조성을 높이 존경하였는데, 이들이 보기에 재능있는 감독의 경우에는 연출 이외의 제작과정에는 거의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지위를 얻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작가 (Author, 오테르)는 산업구조로서의 영화제작 시스템의 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데 헐리우드의 대가들은 이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작가주의 이론은 대서양을 넘어서면서 변화되었다. 우선 영국에서 작가주의 이론은 ‘영화가 어떠한 사회적, 윤리적 혹은 철학적 내용들을 담지해야하는가’라는 이전까지의 지배적인 이론의 대안으로 크게 환영받았다. 프랑스의 까이에誌와 마찬가지로 무비(Movie)誌[를] 중심으로 활약한 영국의 작가주의 비평가들은 순수하게 영화 특유의 양식, 상상력, 개성들로 인해 의미를 갖고 있는 영화를 기대하였고, 따라서 이전의 주제 대신, 장면화(미장센 mise-en-scene)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장면화란 각본이 영화로 만들어 질때의 조명, 카메라세트, 연기 등등 감독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적인 영역을 말한다. 다시말해서 각본이 동일하더라도 감독에 따라서 전혀 상이한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감독 특유의  표현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작가 즉 영화감독은 미장센 즉 장면화의 고유화 방식을 통해서 그 영화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히치콕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데 자신의 평생을 통속적인 탐정소설의 각색에 바친 이런 감독을 어떻게 대가로 인정할 수 있느냐라는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지만 샤브롤과 로메르는 이를 반박하면서 히치콕의 경우, 내용이나 주제가 아닌 이른바 공포영화라는 형식적 측면에서 그의 표현방식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인정해야만 하며 이런 면에서 히치콕은 ‘형이상학자’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또 영국에서는 60년대 이후부터 영화 텍스트와 영화관객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영화잡지 스크린(Screen)誌를 중심으로 하여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알튀세와 라캉의 영향력 아래 있던 소위 ‘스크린 학파’이론가들은 관객의 주체성은 항상 언어 속에서, 언어를 통해서 확립된다는 것을 전데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 텍스트와의 만남을 통해서 어떻게 어떤 주체로 구성되는가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관객이 텍스트에 의해서 어떤 특정한 주체로 호명될 때,  그 호명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주체성을 갖게됨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본다면 감독이 작품속의 독특한 영화 언어를 통해서 자신만의 개인적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작가주의자들의 주장은 상대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텍스트와의 만남을 경험하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관객은 감독에 의해서 그 택스트 속에 묵시적으로 타타나 있는 주제나 표현방식을 반드시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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