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구글에서 모셔옴)
둘째날에서 셋째날로
점심을 먹고 수영을 하고 티씨 어머니 동네에서 한 나절을 보내고 다시 티씨의 거처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마자, 두 남자들은 다른 그리스 인 두 남자들과 함께 바베큐를 준비했다. 티씨 농장에서 생산한 양과 소에서 얻은 고기들이 냉장고로 들어오고, 티씨 마당에서 딴 레몬과 동네 빵집에서 갓 구은 보드라운 빵이 준비되고 있었다. 모든 요리는 남자 셋이 했다. 물론 필자 남편은 그들과 같이 대화하며 웃고 떠들고, 마치 남자들 캠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당에 횃불이 타오르고 식탁을 준비하는 베시 옆에서 필자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묻자, 그녀는 웃으며, “남자들도 일이 필요해, 그러니 우린 오늘 그냥 즐기자구!” 라며 말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양고기, 소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다. 필자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씨가 내 접시위에 올려놓은 고기를 다 먹고, 티씨 친구가 또 올려놓아서 먹고 내 남편이 올려 놓아서 또 먹었다. 와인을 석 잔 이나 마신 적은 내 생전에 없었다. 분명한 것은 유럽인들에게 와인은 마치 물과 같은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았다. 항상 음식을 먹을때 마시는 와인, 그들에겐 술이란 개념은 어쩌면 문샤인이나 보드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은 델피를 떠나 아테네로 향하는 산정상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 마을에서 자연수가 산에서 흘러내려 길 가는 나그네의 목을 축여준다는 몇 백년 먹은 약수터? 사진이다)
음식을 먹으며 남자들은 나라와 상관없이 군대 이야기나 무술 이야기 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기들을 과시하는 시간이 예외없이 진행되고 있었고, 필자와 베시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 들으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포만감으로 인해, 게다가 와인 석잔은 필자의 모든 신경을 슬로우 모션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베시와 남편에게 난 그만 들어가서 자야겠다고 말한뒤 실례한다고 그들에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일찍 눈을 뜬 필자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신선한 생선으로 지난 밤에 마신 와인으로 인해 피곤한 속을 달래주는 것도 좋으리라 싶어 가만이 일어났다. 남편도 필자가 부스럭거리자 같이 가겠다며 일어났다.
신선한 바닷 바람이 폐부 가득히 바다의 내음을 싣고 들어왔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9월 중순의 날씨로 가디건을 걸치면 알맞는 온도, 그렇게 해변가를 걷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시작한 그리스 인들은 벌써 바닷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고 그 후, 집으로 와서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신 후,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는 사람들이 많다던 베시의 말이 떠 올랐다. 우린 바닷가 끝쪽 항구에서 금방 들어온 배에서 생선을 다듬어 팔고 있는 어부를 만날 수 있었다. 필자의 남편이 알고 있는 그리스어,”뽀소 코스띠제이 압토!”(이거 얼마에요?)로 묻자, 그는 “트리안타 트리아 유로” 라고 말했다. 즉 33 유로 달러라는 뜻이었다. 속으로 생각하기에 다섯마리 생태가 그렇게 비싼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다에서 금방 잡아올린 생선이란 이유로 그 돈을 지불하고 생선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티씨가 지금 나갈려고 하는데, 너희들 아폴로 신전, 델피를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하자, “지금 떠나야 한다. 그리고 델피에서 너희들이 가고자 하는 산토리니는 아테네 항구에서 타야 하는데 다시 돌아와서 가는 것은 시간낭비다. 오늘 밤은 베시 동생의 별장에서 자자. 어차피 그 집은 섬머 하우스로 지금 비어있다.” 라고 말했다. 우린 금방 사온 생선을 티씨 냉동실에 넣고 짐을 꾸려서 바로 떠났다.
가는길에 바다를 끼고 운전을 하고 가면서 티씨는 “델피는 너희들이 가보면 알겠지만 신성한 곳이다. 아폴로 신전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위인들이 신의 계시를 받았던 곳이다. 그러니 델피가 왜 그곳에 위치해 있는 지, 그리고 그 주위엔 무엇이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한 역사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다. 한때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핏이 섬에 저택을 사서 그곳에서 섬머 하우스를 했다고 하는 섬을 바라보며, 전혀 오염되지 않은 바다란 마크가 있는 깃발이 펄럭이는 에메랄드 바다와 굽이굽이 산을 휘감고 도는 아슬아슬한 국도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좌.우로 흔들리는 바람에 항상 해야 한다고 말하는 베시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티씨 친구, 안드레아씨가 쿵후를 배웠다고 필자 남편앞에서 자랑을 했다가 필자의 남편이 몇 초만에 특수훈련엽기? 로 진압하는 바람에 그만 안드레아씨가 설설기었다는 소리를 듣고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해발 1942피트, 592 미터에 위치한 델피(the center of the world)에 도착하자마자 매표소에서 입장표를 끊어야 했다. 한 사람당 € 12 불을 내고 들어가는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는 고대 그리스의 암흑기라 불리우는 시기(1100-800 BC)의 고대 역사 유적지에서 지신이자 여신들의 어머니인 Gaia와 그녀의 딸인 Themis 가 수 천년 이상 신으로서 숭앙을 받고 그리스 인들과 만인에 그들의 이름이 회자 되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가 우연히 부딪힌 프랑스 여행팀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신탁을 처음으로 받았던 아폴로의 제사장이었던 Plutarch 가 우연히 신탁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 그 신탁을 해석, 번역해주던 대 제사장인 Pythia 가 이곳 어느 바위가 갈라진 틈에 위치해 있었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돌로 지어진 극장, 아폴로 신전 제단, 돌 하나도 유적이 아닌것이 없는 곳, 그들이 말하는 신이 존재하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화를 하듯 서로 바라보고 있는 그 곳, 델포이 또는 델피, 아폴로 신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기둥들, 지붕이나 문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기둥은 그때의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티씨는 알렉산더 대왕도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신의 계시를 받고자 이곳에 왔었다는 말이 있다며 그 당시 그리고 그 후로도 많은 영웅들이 이곳을 스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우주의 배꼽이라 불리우는 옴팔로스, 지진으로 파괴된 흔적이 남아 있는 아랫부분, 대부분의 유적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델피에서 이테아 바다로 이어지는 그 넓은 산과 들판엔 셀 수 없는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그리스에서 올리브나무는 아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발코니와 올리브가 없는 집은 집이 아니다라는 티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옛날 아폴로 신전으로 향했던 세계의 힘있는 사람들, 또는 힘을 얻고자했던 사람들, 세계에서 몰려온 그들에게 아폴로 신전은 반드시 도달해야만 할 목적같은 의미는 아니었을까, 신전을 밝히는 것은 불이었을텐데 그 불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혹시 올리브유로 불을 켜지는 않았을까?” 라고 필자의 남편은 티씨에게 반문하듯 묻자, 그는 “아마도!” 라고 말하며, “우리가 그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지만 수 천년전에 가장 어두운 암흑기에서 불은 아주 중요한 소스였을것이며, 물, 음식과 불은 인간이 살아갈 수있는 가장 근원적이며 중요한 것이었다” 라고 말했다.
손을 대면 닿을 듯한 하늘이 병풍처럼 둘러진 산에서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오던 중 박물관을 들러 그 시대에 존재한 고대 그리스 신화의 흔적들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고대 로마로 부터 근대 독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물과 유품들이 도난을 당했던 고대 그리스의 화려했던 문명, 사라진 유물들, 아가멤논의 금 가면등 셀 수도 없는 유물들은 역사적인 증거로 박물관 여기저기에 세월을 온 몸으로 휘감고 유리창 너머에서 수천년을 넘어 세계로부터 그들을 방문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옛날 신탁을 받기 위해 방문했던 세계의 왕들, 왕이 되고자 했던 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처럼 …
우리 일행은 델피를 떠나 산 꼭대기 동네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겸 저녁을 먹고 또 운전을 하고 가면서 스키리조트마을에 위치한 찻집에 들렀다. 찻집 주인은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며, 환하게 웃는 나의 모습에 반했다고 말하며 베시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그녀는 수 백년된 건물에서 대대로 이어온 찻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커피도 차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깊고 은은했으며 무엇보다도 아주 오래된 친근한 친구같았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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