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1980년대 이후 한국 영화에서 여성의 정체성 탐구에 관한 담론이 대폭 증가되었다. 근대성 문제와 관련된 이러한 논의는 영화라는 대중매체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적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했으며 이러한 억압이 한국 여성의 정서와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했는가를 밝혀주고 있다.
특히 한국여성의 가장 본질적이고 내면적인 정서인 한(恨)이 내면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여성의 삶의 에너지로 승화되었는가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이 한국 여성에게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이며 이른바 여성영화의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임을 전제하면서 한이라는 정서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가를 밝혀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영화라는 텍스트를 한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내려는 의도가 무엇이며, 둘째, 이를 위한 분석적 방법이 무엇인지, 셋째, 이러한 분석을 위한 가장 적절한 영화 장르가 무엇이며, 넷째, 이러한 장르들이 한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여성의 재현에 어떠한 차별성을 드러내는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첫째, 어떠한 개인이나 민족도 나름대로 한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 한을 다양한 방식으로라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특히 오랫동안 봉건적인 질서와 외세의 침략을 경험한 한국인의 경우, 그 한의 정도는 유달리 깊거나 절실하며 주체를 형성하는 근원적인 존재구조로서 고정된 방식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의 해소 방법이 특이하다.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보여지는 분노와 원한에 대한 즉각적인 반격이나 보복이 아니라, 그 한을 내부에서 초극하는 다시 말해서 ‘삭이면서’ 살아간다는 점이 한국적 특징이며, 이러한 한을 삭이는 과정을 통해서 한국인은 좀더 성숙해지고 삶을 전체적으로 통찰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을 통해서 현저하게 보여지는 한국적 한의 이 독특한 정서는 그 동안 판소리를 비롯한 여러 전통적인 예술 양식(판소리에는 한을 삭이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한국인의 미학적, 윤리적 가치 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판소리에서의 특이한 용어인 ‘시김새’와 ‘그늘’ 등이 잘 보여준다. 이들 용어는 판소리의 표현양식을 지칭하는 동시에 그 용어의 본래의 뜻이 말해주듯이 판소리 특유의 한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수잔헤이워드, Pg102,103 참조) 에서 투사되고 표상화 되었고 근대적인 대중 매체이자 표현양식인 영화에서 또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대중영화들은 여성을 감정적이고 순종적인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남성의 종속적인 주체로 구성하며, 영화 속의 담론을 지배하는 남성의 시선이 영화 속에서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쾌락으로 이어짐으로써 여성의 이미지는 남성의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남근 대치의 기호물로 혹은 남성 권력에 대한 수동적인 비준자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재현 속에는 해체적인 잠재력 (일반 관객들은 스크린 이면에 숨겨진 이러한 해체적 잠재력을 파악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이런 차원에서 이러한 재현들이 무의식적으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확대재생에 기여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변재란 편역,<페미니즘/영화/여성>, 서울: 여성사, 1993) 이 은폐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이 경계 이탈자로 묘사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적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법과 규범을 여성들이 위협했기 때문일것이고, 여성의 성적 물신숭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면 이것도 남성들이 자신의 Narcism 적인 성 심리의 통합성에 균열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부해야 하는 위협적인 성적 힘을 여성들이 재현하기 때문이다.
** ‘여성영화’ 는 90년대 초반, 즉 비교적 근자에 대두된 범주이다. ‘여성영화’ 에서 ‘여성’ 혹은 ‘여자’로 모두 모두 영어 어원 “Woman” or “Women” 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여자’라는 단어는 다소 ‘비하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90년대 여성주의 담론이 여자, 여성, 여류 등의 개념 중에서 ‘여성’을 재 전유 한것은 성차이의 정치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김소영 저 <근대성의 유령들>,9서울: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2000), 152-153면 참조. 한편, 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여성감독의 작품들을 구별하여, ‘여성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잔 헤이워드 저. 이영기 역, <영화 사전> , (서울: 한나래, 1997) 37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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