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멜로드라마 장르를 통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그 과잉적인 감정적 동화는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많은 고난과 억눌림, 즉 한의 또 다른 표출이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멜로드라마의 신파성을 근대적인 서구 멜로 드라마에 비해 낙후된 전근대적인 정서로 폄하하는 것은 이 장르의 대중성의 본질과 미덕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다. 오히려 이처럼 한국 멜로 영화의 토대를 우리 고유의 정서인 한에 둠으로써 한국 멜로 드라마의 다시 읽어내 복원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결국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현실 문제를 지나친 개인 드라마로 풀어간 신파성에 대한 기존의 비판을 전적으로 거부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렇게 볼 때 한국영화가 대중 관객들과 폭발적으로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1955년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과 1956년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이라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춘향전>은 유교적 질서 속에서 가치 평가된 여성 덕목인 정절을 재주장하고 재인가하는 작품으로서 식민지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와해된 여성들의 전통적 덕목에 대한 일종의 경고적 차원에서의 훈계로 읽을 수 있고, <자유부인> 역시, 표면적으로는 새롭게 시작하는 근대적 사회 내에서 한 주체로서 여성 즉 ‘자유부인’을 내세우지만 이들의 성적 욕망을 비난하고 처벌함으로써 내면적으로 전통적 덕목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한편, 6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쟁으로 인한 원초적 궁핍이 어느 정도 극복된 후 여성은 새로운 정체성을 요구받으면서 단순한 퇴폐의 기호가 아닌 좀더 자립적인 행위의 수행자로 등장한다. 압축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서 매우 불균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발전이 가능해졌고, 이 과정은 여성으로 하여금 새로운 주체적 존재로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이런 변화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7Depp17waI
영화의 스토리는 젊은 여성과 유부남 사이의 은밀한 애정관계, 즉 불륜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여성은 아들을 낳아 미혼모가 된다. 아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러나 아들을 몰래 지켜 보아야했던 그녀는 결국 아들을 스스로 부양하겠다고 결심한다. 이 영화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도 과도하게 감상적이며 우연적이면서도 상투적인 서사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여성주의 비평가들의 주목을 끈 것은 물론 바로 이 정서적 과잉이고, 영화의 주체적 결말이다. 영화는 여성 주인공의 고통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과더불어, 남편의 외도를 인내해야 하면서 이 외도로부터 생긴 아이를 키워야 하는 본처의 고통까지도 함께 포착한다. 따라서 이른바 모성 멜로드라마로서 이 영화가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양가적 모성애에 있다.
모성이라는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구성물을 다루면서, 이 영화는 일단 제도적으로는 가족을 이탈한 모성을 가혹하게 비난하지만 다른 한편, 어머니의 희생이라는 덕목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데, 이것은 한국문화가 모성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호 대립하는 두 가지 관점 사이에서 여성 관객들은 눈물, 절망, 그리고 분노를 통해서 자신들의 감정을 완전히 가동시키면서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자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각이 가부장 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에 대한 이해로 귀결될 수 는 없다. 이러한 인식이 과도한 정서적 반응과 한이라는 근원적인 감정의 분출과 연결됨으로써 매우 감정적인 일별로 끝나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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