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서경)
어둠 속에는 등불만이 빛이 된다
어둠도 원래는 빛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밝음을 잃었기에 빛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도 외롭지 않음은 조그만 등불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홀로 있을 때 슬프지 않음은 희미한 불빛이 내 영혼 곁에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오면 낮의 밝음 속에서 감추려했던 허망한 모습들이 가끔은
어둠 속에 유령처럼 나타나기에
그 모습들을 외면하면서 나는
어딘가에 있을 작은 빛을 찾아
적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어둠도 원래는 빛이었기에 안개같은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빛도 어둠 속에 있음을 나는 이제 알고있기 때문이다
“내일로 가는 시인들의 나라 1편” 중 ‘아름다운 우리들의 언어, 그 영혼의 아름다움’ 중에서
*** 어둠과 밝음, 등불, 빛, 외로움, 영혼, 유령, 허망한 모습, 그 안에 주체인 내가 있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이 곳, 외롭고 허망한 모습을 보며, 유령처럼 잠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빛을 두려움보다는 그리움으로 찾아 나설 것 같은 시인의 각오는 어둠속에서도 전혀 두렵지 않고 그 안에 있는 빛, 희망의 줄기를 찾아 더 깊고 깊은 눈을 어둠을 향해 앞이 보이지 않은 안개를 걷어내려는 의지를 보는 시다.
계명대학교 교정을 내려다 보며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학생들이 떠난 교정에서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 정말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고요가 내려앉은 그 곳에서 누군가 교수님! 부르면서 달려올 것 같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은 어디든 어둠이다. 그 어둠을 걷어내면 사람들의 훈기가 느껴지며 다시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된다. 빛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빛은 이 시에서 말하듯 어둠속에서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인간의 선입견과 편견이 그 어둠을 어둠이라고 아예 못 박았기 때문에 어둠이되었는지 누가 알랴… 비가 온 뒤에 무지개를 보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