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파트라시의 밤)
가을 밤
청곡 김호천
가을
가을의 밤
물에 떠 가는 달.
곰이 집어 삼키네.
삭히지 못하고 배를 틀어 쥐고
오물과 함께 토해 놓네.
그래도 달은 밝아라.
별 밭에 떨어져 구르는 달은
굴렁쇠 맑은 소리를 내네.
도토리 까던 다람쥐가
달 속으로 뛰어 들고
철새도 달 속으로 무리로 드는 밤.
여치 우는 소리 들리고
여름을 닫는 바람 소리 들리고
장롱의 겹 이불 내리는 소리도 들리네.
내 안에 소란한 가을 밤
임 손길 스치는 소리가 정겹네.
*** 어느새 가을이 왔네요. 바람에 온 몸을 내어주던 나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네요. 사뭇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김호천 선생님의 “가을밤”은 달을 통해, 가을엔 달이 물위에 떠서 흘러도, 곰이 그것을 삼켜도, 여전히 달은 밝게 휘영청 온 산하를 비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마치 동화속의 달을 생각해보네요. 물, 곰, 오물, 굴렁쇠, 도토리, 다람쥐, 달, 철새, 여치등 여름을 닫고 있지만 오직 유일하게 장롱의 겹 이불 내리는 소리를 통해 내 안의 소리로 전달되는 임의 손길, 따뜻함으로 느껴지지는 정겨움이 이 가을속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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