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k a Cup of Poem~~사과 서리/강병원

(사진: 강병원 시인)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 말 따라
칠년 전 텃밭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

상기 세찬 겨울바람 차가운 이른 봄
머슴 밥그릇처럼 퇴비 두둑히 덮어주고
꽃이 피어나길 굿에 간 어미 기다리듯 했다

이내 성공, 유혹, 결실, 명성의 꽃말 가진
색감 좋은 예쁜 사과꽃 흐뭇이 피어나
페친들에게 공유하여 반응 펄펄 뜨거웠다

꽃 떨어지고 살충제와 살균제 살포로
과심곰팡이병과 전염병 예방주사 맞히고
튼실한 열매 하나씩 남기고 열매솎기(摘果)했다

칠팔월 폭양에 몸 불리며 맛 들어갈 때
과향 맡고 날아든 배고픈 새떼들 극성에
모기장같은 그물 씌워 새떼들 원성 자자했다

열여섯 살 소녀의 홍조띤 수줍은 얼굴 주렁주렁
텃밭에 갈 때마다 풍경(風鈴)처럼 대롱대롱
방긋이 짓는 미소에 사춘기 소년처럼 설레었다

갈 곳 많은 가을, 갈꽃도 재천으로 많은 가을날에
옥천 문학기행과 제주도 힐링여행으로 비운 사이
梁上君子 찾아와 무자비하게 사과서리해갔다

무식한 인간, 철면피한 인간, 새만도 못한 인간,
욕설 퍼붓다가 섬김과 나눔의 생각이 스쳐가자
다 따가지 않음에 감사하며 주님 영접하라 용서한다

*서리 : 떼를 지어서 주인 몰래 남의 과일,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먹는 장난.

본 시의 내용은 좋게 말해서 서리이고 총수확량의 절반을 훔쳐간 악랄한 도둑임을 알려드립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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