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sation and Freedom, Holistic View 6<이강화 교수의 일요 문화 산책>

<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페미니즘의 영역 확장으로 인해 남녀 간에 있었던 사회적 위치의 차이와 역할 구분 또한 모호해졌고, 동성애에 대한 변화된 시선을 동반하게 된다. 한때 에이즈의 역공으로 인해서 주춤했던 동성애는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중요한 문화적, 예술적 코드로 채택되기에 이르렀고, 특히 ‘성적 소수자’라는 인권 문제와 결부되면서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되었다. 이리하여 <왕의 남자>에서 <쌍화점> 그리고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크라잉 게임>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그리고 <캐롤>에 이르기까지 동성애 코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은 남녀 성역할 교환이라는 차원까지 진행되는데 <쥬니어>에서는 남자의 임신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고, <스위치〉에서는 여성의 몸에 들어간 남자의 영혼을 통해서 불평등하게 분배된 남녀 성적 권력의 부당함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에이리언>,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레지던트 이블> 등 SF 영화는 이러한 주제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외계의 괴물이나 악의 세력으로부터 어린 생명들, 동료, 인류를 구하는 일은 인류애와 모성애로 무장된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몸매를 가진 여성들의 몫이며, 반대로 남성들은 하나 같이 나약하거나 비겁한, 물질적 욕망으로 가득 찬 비윤리적인 존재들이다. 물론 대중문화가 그리고 있는 이런 미래상이 명확한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것도 아니며, 수억 년의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생명 잉태를 위한 남녀의 생물학적 역할이 쉽게 변화되거나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중적 서사물들이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것은 전통적인 성역할, 차별 그리고 불평등은 전시대적 패러다임이며 따라서 이런 이데올로기를 이제 수정하거나 폐기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생물학적 차원의 ‘쪼갬’에 머무를 수 없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새로운 ‘합침’이 새로운 정신과 정신의 풍요함을 가능하게 함을 이들 영화들은 주장하는 데 이것은 플라톤의 <향연〉에서 이미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한 때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서로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이러한 상태에서는 불완전하다. 우리는 자연히 완전하였던 상태로의 복원을 소원한다. 사랑이란 바로 이러한 하나 됨에 대한 그리움과 그것의 추구이다.” 이렇게 볼 때 자신의 잃어버린 짝을 찾는 성적 결합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은 왜 남녀를 분리했을까? 즉 왜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것을 거부했을까? 남녀가 하나가 되었을 때 인간은 무한한 힘을 가지게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제우스는 “삶은 달걀을 자르듯이 인간을, 즉 남녀를 정확하게 자르는 것”이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거꾸로 해석한다면 결국 자신 안에 내재하는 양성적 요소들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이에 근거하여 양성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인간은 신처럼 강한 힘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백발마녀전>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마녀는 남녀의 두 몸이 붙어 있었고,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나약한 여성적 자태를 보여준 몰리나야 말로 가장 용감한 최후를 선택할 수 있었고, <스위치>에서 주인공 스티브에게 천사가 마지막으로 허락한 축복은 자신 속에 양성 모두를 간직한 채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었고, <에이리언 3〉에서 리플리는 자신의 몸 속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채, 남성 동료들을 위해서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성애만이 유일한 사랑이라는 고집으로부터, 정형화된 성적 패턴에 충실하는 것만이 도덕적이고 가장 정상적이라는 도그마로부터, 음양의 공생(태극)이라는 가치관은 거부한 채 남녀의 위계적 질서가 인간질서의 근본이라는 고착으로부터 벗어날 때, 우리들은 진정으로 풍요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구현할 수 있고, 성적 차별과 계급적 차별을 초월하여 모든 존재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신(神) 마저 두려워하는 가장 본질적이고도 무한한 힘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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