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어 사는 나무
김호천
새들을 두고
새들이 날던 하늘을 두고
명상하는 안개, 푸른 구름,
꽃들의 웃음, 별 무늬 이슬을 두고
나무는
떠나왔구나 바퀴들이 질주하는
관심이 지쳐버린 거리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던
홀가분한 몸짓을 잃어버리고
와서는 철사 줄 옭아 천형의 고통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구나.
매어 사는 나무
며느리 시어머니에 매어 살았고
남편은 아내에, 아내는 자식들에 매어
아픔 삭이며 산 한 생 뭐가 부러워
아픔을 사려는 나무.
흙먼지 부연 바람에 숨이 멎는
나무가 아프다.
나는 슬픈 나무가 되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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