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up of Poem~~겨울안개/이강화

(영남대학교 대학원 교수: 이강화)

느릿느릿 어둠이 짙어지고 산허리를
감싸는 긴 그림자
산 속의 밤은 도둑처럼 찾아오고
동구 밖 구석진 언덕을 스치는 찬바람

텅 빈 면사무소 담벼락에
붙어있는 낡은 선거벽보
지난 해 떠난 어미의 영령이 마을을 떠돌고
그 그리움에 애비의 한숨은 내내 깊어간다

긴 겨울의 마을은 투명한 시간 속에 잠긴 채
흐릿한 등불 아래서
지난 봄날 떠난 마을 처녀들을 생각한다

어둠이 모든 걸 감싸고
마을이 고요 속으로 침잠할 때
떠난 모두는 안개처럼
시간의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로 가는 시인들의 나라 1집:”우리들의 언어, 그 영혼의 아름다움” 중에서>

** 하루종일 폭설 주의보로 이곳 미국 동.북부는 짙은 안개가 온 세상을 다 덮고 있었어요. 모두 그들의 선을 지우고, 경계를 허무는… 한 세상…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도 안되는  하늘은 동네도 집들도 사람들도 모두 그들의 세상 짐을 다 내려놓은듯 모두 편안한 오수를 즐기는 듯해 보였죠. 사는 것도 한 순간, 죽는 것도 한 순간인데…”안개처럼 시간의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 는 것을 어느 순간에는 알게 될 텐데 모두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온 몸이 전 세상인 우리 육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삭신이 쑥쑥 쑤시는 날엔 생각도 아픔이되어 기억의 언저리를 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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