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에서                                ___  서경숙

한 여름 휴가 길 보령 폐광에서 양송이버섯을 기른다기에 들렀다 갱도에서 소름돋는 찬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갱도를 따라 내려간다

생의 막장

뼛속에서 퍼 올린 눈물들이

고드름처럼 거꾸로 매달려 자라나고

꽝꽝 대못을 쳐 입구를 봉쇄해 버린

무의미의 방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데

방 귀퉁이 정지해 있던 씨앗 하나가

스스로 다른 빛깔로 발아하고 있다

엎드려 있던

꽃들이 폭죽을 쏘아 올린다

등골 서늘한 냉기로

다른 생명을 키워 내는

저, 어둠의 발화

 

겨드랑이 밑에서 양송이버섯이 자라고 있다

 

*** 서경숙 시인의 햇빛의 수인번호 (시학 시인선 60)란 시집에 있는 시중의 하나인 “폐광” 이다.

시는 읽는 이의 해석대로 자신의 분신으로 깊이 자신의 기억에 문신을 새기곤 한다. 그 문신은 자신에게 절실한 것, 가장 뜨겁게 다가오는 것들, 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들을 깊이깊이 새겨 꼭 보존하고 싶어하는 인간 심리의 표출 방식이기도 하다.

심리학자이면서, 시인인 서경숙박사는, 이 시를 통해서 모든 것들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 끝엔 새로운 희망이 숨겨져 있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폐광” 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소름돋는 찬 바람” 을 맞으며 어쩌면 여인의 삶을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갱도와 경도, 폐광과 폐경의 소리음과 역학적 유사성을 통해 중년의 여성들이 당면하게되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양송이 버섯”을 통해 형상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의 막장… 꽝꽝 대못을 쳐 입구를 봉쇄해 버린…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스스로 다른 빛깔로 발아하고 있다” 어느날 중년의 나이에 찾아든  폐경으로 인해 다시는 생명을 발화 시킬 수 없는 절망의 순간, 갑자기 닥친 그 날의 충격으로 여인들은 심한 자괴감 또는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 “등골 서늘한 냉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의 절정인 “다른 생명을 키워 내는 저, 어둠의 발화” 를 통해 자신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자아, 내것인 것이 내것인 줄 몰랐던 그 자아를 찾아 내서 자신의 마지막 발화를 위해 매진하는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자각하는 순간, ” 겨드랑이 밑에서 양송이버섯이 자라고 있다” 로 자신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다시 어둠을 밝히는 불빛처럼 또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 또는 여자의 일생, 또는 인간의 삶에 대한 절망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희망을 향한 믿음을 이 시는 보여준다.

이 시는 절망의 끝이라고 믿는 곳엔 희망이 소리없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그 끝을 봐야 겠다는 각오로 온 마음으로 다가갈 때 닫혀진 곳에서도,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의 싹들이 자라 꽃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시를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서경숙 박사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시 전공, 문학석사)

평택 대학교 대학원 졸업( 상담학 전공, 철학박사)

“현대 시학” 등단

서경숙 시치료 연구소 소장

수원지방법원 상담위원

안양 교도소 교정위원

남부 교도소 자문위원

대신 선교대학원 상담학 교수

서울 신학 대학교 상담 대학원/ 한세 대학교 외래교수

한국 독서 치료학회 이사

한국 정신 역동학회 이사

한국 통합 예술 치료학회 예술 치료 감독

한국 목회 상담학회 상담 전문가

한국 독서 치료학회 전문가

한국 상담가 연합회 이혼상담/법원 상담 전문가

*** 저서” 분석 심리학에 기초한 시치료의 이론과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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