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김호천
충주시 가금면 봉황리 산17-1
망설이던 천리 기행
네비 비서 앞세워 줄달음하는데
대로 한가운데서 네비 양 길 안내를 끊는다.
오, 이런 심통이 났나
점심도 걸렀으니 그럴 만도
어르고 달래 닿은 봉황산 휴양림.
뻐꾹새 울음 들리는 듯 만 듯
졸음처럼 밤 골에 기어드는 한낮.
밤나무 가지에 얹힌 눈부신 햇살 가루는
풀숲에 숨은 나리꽃 종소리에 놀라
우수수 흩날려 분 냄새 그윽한데
나팔꽃 저도 하늘 향해 목청 높여 맞는다.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은
낯선 여행객에 마음이 부산하고
나뭇가지 사이 멀리 민박집 늙은 개는
‘민박, 민박’ 산골을 울린다.
민박집 안주인은 행여 오시나
목 빼고 문밖을 보다
마당에 공연한 비질만 한다.
망연히 툇마루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던 나는
어쩌나 허기에 기가 꺾여 벌써
아득한 알밤 떨어지는 소리를 먹고
짖는 개의 가슴살의 구수한 냄새를 먹고
바위 틈 흐르는 물소리를 먹는다.
유월의 여름이 싱그럽다.
봉황산 녹음에 내가 젖는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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