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마시는 한 잔의 시~~ <낱말 하나 사전>/ 류근

스케치: 어머니

스케치: 어머니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의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낱말 하나 사전」 전문

 

** 이 시는 류근 시인의 “어떻게든 이별” 이란 시집( 문학과 지성사)에 있는 시다.

어머니란 단어, 그 단어는 오직 자식의 사전에 하나로 온전하다. 무엇을 더하고 뺄 수 있는 단어가 아닌 완벽한 단어, 어머니, 그 어머니도 자식이란 단어가 그녀의 사전에 단 하나 오롯이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 저 멀리 떨어져 섬처럼 살고 계신 태평양 너머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가슴에 물기가 번진다. 마치 이 단어 한 방울로 내 몸 전체에 번지는 사랑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또는 불가사의한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성, 어머니… 스르륵 지나간 시간으로 나를 되 돌려주며 따뜻한 품이 그리워지게 하는, 사무치게 그리워지게 하는 나에게 감겨든다.

류근시인의 시집, “어떻게든 이별” 이 최근 한국 출판 업계의 불황을 타개하는데 막대한 공을 세울 것 같다. 시집이 서점에 나오기도 전에 매진이 되는가 하면 시집이 나온 지(2016년 8월 31일 산) 얼마 되지 않아서 몇 번째 인쇄에 들어갔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18년동안 한편의 시도 발표하지 않았던, 자신을 “3류 통속 연애시인”이라 일컫는 그가 첫번째 시집, “상처적 체질”(2010)을 낸 후, 6년만에 두 번째의 시집”어떻게든 이별” (2016)을 내 놓았다.

류근 시인은 참 따뜻한 단어를 품고 사는 아주 오래된 국어 사전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여 살기 버거울 지라도 그의 시 한 방울이면 금새 가슴에서, 눈에서 번지는 물기, 쩍쩍 갈라졌던 마음에 갑자기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본 것인 양, 희망의 길이 보이며, 생기가 돈다.  누군가 말했다.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 “라고… 올 가을 낙엽이 뒹구는 빈 벤치가 있는 한적한 공원에서 그의 시를 읽으며 조금은 더 말갛고 따뜻한 시간을 품고 싶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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