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홍성재
암막 사이 틈으로 까치발을 들고서
살그머니 숨죽이어 드느라
거울에 부딪혀 얼굴 밟은 줄도 모른다
선잠 들은 눈으로 일어서면
가슴 밑으로 숨어 눈치를 살피다
암막을 걷노라면 창을 열기도 전
방안 가득 제 먼저 들어서서 설레발을 치는
녀석을 따라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그 끝에 세상 그리움을 모두 지고
날마다 밤을 지새우는 달이 있어
언제부턴가 가슴에서부터 떨어져 간 그리움이
그곳에서 고개를 내밀어 나를 보고 있다
*** 홍성재 시인의 달빛을 보았다. 마치 달과 달빛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물론 시는 읽는 자의 몫이다.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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