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마시는 한 잔의 시~이제 눈물 닦으시라. 서정현 시인

2015-05-16 11.46.53
(사진은 구글에서 모셔옴)

아버지 들으시라

아들이 굳건히 강변도로를 달립니다

이른 아침의 개운한 몸과 늦 저녁 추스른 마음 싣고

밤섬 건너 여의도 발광하는 자포자기 불빛과

마포쪽으로 사지 내뻗은 그물망 도로를

양쪽 어깨로 번갈아 기우뚱 감아돌며

굽은 길을 요령으로 미끄러져 줄달음 치고 꼬리 감춥니다

어린 아들 애달파 감지 못했던 눈 이제 감으시라

아직 무덤 안에서 흘리신 눈물 있으시면 이제 닦으시라

생전에 지독하게 붙잡혔던 세상사 이제 벗어나시라

무너진 홍대밑에 노심초사로 계시다면 이제 승천하시라

한때 당신과 사뭇 다른 인생을 살리라 작정하였으나

세상의 험한 계산 앞에 붙들려와 다소곳이

과거 당신과 같은 처지의 생활을 벌이고 있나니

염려 놓으시라

당신이 염려하였던 최악을 최선으로 막아내어

겨우 숨 돌리고 있나니

이제 자식을 품고 그리운 자를 그리워해야 하나니

한강대교 넘기 전에 남은 책무 모두 저에게 주시고

홀연히 당신 곁에 갈 때까지 안녕하시라

서정현 시인의 “이제 눈물 닦으시라” 를 읽으며, 가정의 달에 많은 가정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로 보낸다.

시의 머리에서 이 시를 통해 시인이 어릴적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아들” 이었음을  알 수 있다.평생에 아버지는 자식에게, 자식은 아버지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좋은 일이 있어도, 또는 힘든 일이 있어도 그때 아버지는 어떻게 힘듬을 극복하였을까? 또는 아버지가 자식이 잘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 하실까? 라는 생각으로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어른이 되고 난 뒤 어른이었던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리라.

세상속으로 들어가고 나가며 매일 지나치는 “그물망 도로”는 어쩌면 인생에서 서로 얽히고 섥힌 인간관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세상살이를 표현한 것으로 아버지는 자식이 당신보다 더 나은 삶 또는 다른 길 ”한때 당신과 사뭇 다른 인생을 살리라 작정하였으나”,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노심초사”한 아버지의 삶을 이젠 시인 본인이 되어 다시 자신의 자식을 바라보며, 자식을 향해 바라는 그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자식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DNA 50% 또는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행동 또는 인생의 길의 유사성을 우린 흔히 본다. 시인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며, “ 한때 당신과 사뭇 다른 인생을 살리라 작정하였으나” 다르지 않은 자신의 현재 모습과 연결 시켜 “과거 당신과 같은 처지의 생활을 벌이고 있나니”로 알 수 있는 아버지의 길을 시인 본인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려고 하였으나 결국 같은 길을 가는 모습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끈이 계속 연결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자신의 존재의 확인은 늘 시인을 따라 다녔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으나, 여전히 시인 자신과 함께 동행한 삶을 살고 있었음을 확인한다. 시인은 인생의 고비 고비를 잘 넘기며 이제는 중년의 나이, 한 숨 돌리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또 언젠가는 아버지 곁으로 가게될 것이니 기다려 달라는 부탁도 하고 있다. 이 시는 부모를 일찍 잃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 또는 가족을 일찍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평안을 주는 시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이 시는 죽음과 삶 사이에 놓여 있는 종이 한장 (사망신고 또는 호적에서의 망실)의 개념을 뛰어 넘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을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안부와 자신의 안녕에 대한 편지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시를 모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안이 될 수 있는 시로 올린다. 최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단지 보이지만 않을 뿐 항상 함께 동행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보며 가정의 달에 서정현 시인의 시를 올려 놓으며, 현재 살아 계신 어머니나,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날이 되기를 바래본다.

서정현 시인 약력

매스미디어 전공

현재 국방부 산하 IT 전문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문학의 부활을 꿈꾸는 자

코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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