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up of Poem ~~ 산까치들의 합창/강병원

1.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단다

농부는 씨앗을 심을 떄
세 개를 심는단다
하나는 날짐승에게
하나는 들짐승에게
하나는 사람이 먹을 것으로

텃밭에 도착한 아침
온동네 산까치들 환영인사
깨엑 깩깩깩, 깨엑 깩깩깩깩깩
시끌벅적, 왁자지껄, 야단법석
요란한 합창에 황홀지경
콩 씨 심고, 들깨 씨 뿌리고
농부는 자연에 감사하고
농부는 노년의 삶이 행복했다

2.

닷새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콩과 들깨 싹 안 보이고
때 이른 유월의 땡볕은
땀띠처럼 따갑기만 하다

석연찮고 미심쩍은 마음에
심은 자리 파 헤쳐 보니
종자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농부는 그제서야 알았다
떠들썩한 아침 인사는
농부님 오신다는 비상연락이었고
돌아가는 뒤통수에 인사는
모이주고 가시니 눈물나게 고맙다는
감사 인사였다는 사실을

포식한 산까치 한 마리
나뭇가지 위에서 뒤뚱거리고 있다

“내일로 가는 시인들의 나라 1집: <우리들의 언어, 그 영혼의 아름다움> 중에서

***이번 주는 강병원 시인님의 시 “산까치들의 합창”을 실어봅니다.

한 겨울, 새들이 다 떠나고 남은 허공을 바라보며 한동안 조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지요. 그런데 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허공을 채우는 가슴들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바로 집 근처 호숫가 양지 둔덕 위에서 가을에 떨어진 씨앗들을 콕콕 쪼아 먹는 그들이었습니다. 길을 가는 나그네인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랜 후, 온 몸을 흔들더니 두 날개를 펴서 수면위를 차고 나르는 그들은 그 시간만은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지나칠 걸… 잠시 후회가 밀려 왔지만 여전히 몇몇 배짱이 두둑한 그들은 여전히 둔덕 위에서 먹이를 찾아 다니며 궁시렁궁시렁 거립니다. 마치 저에게 하는 소리같이 들려서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갈 길을 갑니다. 그들이 물을 차고 오르듯이 저도 그들의 시선을 떨치고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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