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gnificance of Culture(이강화 교수의 일요 문화 산책)

<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문화유물론

계몽주의와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서구에서는 문화에 대한 전통적 의미가 많이 변화 되었는데, 이것은 문화의 기원과 양태를 전통적 관점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하는 인류학, 특히 문화 인류학의 발전에서 기인한다. 문화 인류학에서는 미개와 문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간이 문화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문화란 생물학적 유전 에서 보다는 주로 학습에 의해서 소속하고 있는 사회 혹은 집단으로부터 습득되고 전달받는 생활방식을 총칭한다. 타일러가 문화를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는데 이것이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관점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처럼 인간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의, 식, 주로부터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등의 신념체계나 지식, 정치, 경제, 사회, 법과 관습, 그들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산물이 문화에 포함 됨으로써 이제 문화는 인간의 지성적, 실천적, 그리고 정신적, 물질적인 모든 산물과 그 양식을 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인류학에서 광범위하게 수행된 민속학적 방법은 각자의 개별적인 문화들이 독자성과 자율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각 민족들이 보여주는 다양하고도 독창적인 문화를 관찰하고 그 산물들을 분석함으로써 인류학자들은 그때까지 주장되어온 문화에 대한 보편적 개념들이 서구 일변도의 매우 관념적이고도 편협한 관점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대중문화는 문화가 물질적인가, 정신적인가 혹은 제작적인가, 행위적인가하는 구분 그리고 문화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의 근거나 그 타당성 마저 회의하게 하였다. 이런 새로운 상황을 배경으로 문화상대주의와 더불어 제기된 대표적인 문화이론이 문화유물론이다.

문화관념론이란 앞에서도 보았듯이 문화를 인간정신의 뛰어난 활동 및 그 산물로 보는 가장 전통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문화는 힘들고 천박한 물질적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수준 높은 엘리트들이 창조해낸 것이며, 이러한 문화 산물을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것도 선천적인 재능을 부여받은 소수의 엘리트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이전의 전통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근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관점의 일정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오로지 관념론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화와 문화 현상을 전체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문화라는 것은 애초부터 인간 사회가 만든 역사적 소산으로서 역사상에 나타난 경제적, 사회적 구성체에 의해서 규정되는 생산물들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고대 노예제사회나 중세봉건사회에 있어서의 문화는 사회적 신분계층들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반영한다. 이들 사회에서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노동의 산물을 수탈하여 축적한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자기들만의 특수한 ‘고급문화’를 형성하여 즐길 수 있었는데 반해서, 피지배 대중들은 그들로부터 격리된 채 그들 나름대로의 공동체적인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문화를 인간 정신 활동의 산물로 보면서도 이 산물이 근원적으로 자연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다시 말해서 원초적인 물질적 조건이라는 자연 자체를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통해서 변형한 것에 불과하기에, 문화적 활동이나 산물을 사회적, 역사적 혹은 물질적 조건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문화유물론이다. 문화유물론은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August 18, 1927 – October 25, 2001)에 의해서 이론화된 이후 인류학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해리스는 한 사회 내에서 인간의 행위나 신념을 결정하는 데 ‘하부구조’라고 불리우는 생산과 재생산의 경제양식이 일차적 역할을 한다고 보고있다. 여기에서 문화유물론이 사회의 물질적 조건이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그 이론적 기초로 하고있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리스는 그의 이론을 마르크스의 이론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시켰다. 예를 들어 사회구조를 토대와 상부구조로 단순히 구분한 마르크스와는 달리 해리스는 사회를 생산양식과 같은 인간의 경제적 재생산의 기초를 ‘하부구조’로. 사회제도와 같은 중간범주를 ‘구조’로, 그리고 종교나 이념과 같은 정신적인 측면을 ‘상부구조’로 나누어 설명한다. 나아가서 변증법적 유물론이 인류역사의 모든 문화적 과정을 계급적 모순으로 인한 계급투쟁의 결과로 파악한데 비해서 해리스는 인류진화의 대부분은 비록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가치있고 유용한 문화적 요소들이 축적되어온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물질적 조건의 충족여부에 따라 인간의 의식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화유물론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인간 집단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행위와 사고의 유사성과 상이성에 대한 인과론적 설명을 하는데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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