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한 잔의 시를 마시며…

Drink a Cup of Poem~~ 투명인간/최일우

(Photo by David Ilwoo Choi)

투명인간

안개속 지나간다
빗속을 지나간다
연기속을 지나간다
물속을 통과한다
난 그대로 있고
안개,비, 연기,물은 흐트러진다.

갈대밭을 통과하려 했다
빽빽한 대나무 숲을 통과하려 했다
큰 아름 나무와 바위를 통과하려 했다
저쪽은 모두 그대로 있고
나만 많은 상처를 입었다.

강하다고 다 되는게 아니구나
작고 약해지기로 한다.

벽을 통과하였다
육체는 없어지고 실체만 남았다.

** 안개, 비, 연기, 물, 갈대밭, 대나무 숲, 바위, 벽, 육체… 그리고 “투명인간” 신선한 충격을 주는 제목처럼 위에 열거한 요소들이 갖고 있는 성격들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지우므로서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육체’가 제거되고 ‘실체’ 를 찾게 되는 “진아 ” 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시를 통해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과 항상 스스로 그렇게 있는 자연과의 사이에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지, 또는 인간이 결코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 보다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시는 읽는자의 몫이다. 누구는 이 시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는 이 시를 영성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그런 시라고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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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외출/김호천

 

김호천

정자에 앉아 점심을 삭이는데
여름 끝 몸부림하는 햇볕을 비집고
가을을 끌고 오는 여인
선선한 치맛바람.

화려했을 연꽃은 모두 지고
넓은 잎은 너울거려
가을 바람을 일으키는 한낮
윤기 흐르는 나무들은
이제 한창 청춘인가

오랜 시간 담을 쌓고 지내다
모처럼 경치 찾은 외출
지난날의 이야기 꽃 화려한데
무성한 푸른 나뭇잎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저 푸른 나뭇잎도 멀지 않아
몸을 사려 사라지겠지
누구는 책갈피에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더러는 허무를 가슴에 담고
팔 베개 하고 무등산을 본다.

*** 이 시의 제목, “외출” 은 여름이 어느덧 자취를 감추게 될것을 아쉬워하며, 인생의 가을과 자연의 가을을 대비시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끝 연, “누구는 책갈피에 그리움으로 간직하고/더러는 허무를 가슴에 담고” 을 읽으면서 지나간 화려했던 시절이 감을 못내 아쉬워하며 자연의 이치를 거역할 수 없는 인생의 오고 감을 생각케 한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이 온 것 같다. 매 년 오는 가을이건만… 늘 앓게되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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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시간의 흔적 그리고 이별/이강화 교수

 

Photo by Corih Kim

시간의 흔적 그리고 이별

시간을 거부한 채
비켜서있는 나에겐
산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은
같은 색채의 다른 그림일 뿐이다

10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색의 세월들을 어둠 속에서
하나씩 불러오지만

낡은 교과서의 활자처럼
시간과 기억들은 흐리게 남아
있을뿐이다

글자들이 지워지고
골목이 지워지고
해장국집이 지워지고
친구마저 지워진다

사라져버린 것들과
이별하고 귀가하는
나를 아내는 담벼락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빈한 모습으로 맞이한다

 

*** “글자, 골목, 해장국집, 친구 마저 지워진다” 의 절에서 문득 지나간 세월들도, 썼다 지웠던 수많은 활자들의 행방도, 해장국집의 아침분위기도, 그리고 함께 했던 친구들도 지워진다는 것은 결국 시.공간의 수평적, 또는 수직적 이동이란 생각이든다. 얼마나 많은 골목길을 우린 지나왔는지, 또 얼마나 많은 해장국집을 들락거리며 먹고 마시며 살았는지, 언젠가는 희미해질 친구에 대한 기억도, 추억도 모두 어느 순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화자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을 이 시는 가장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있어서  읽는 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아직은 식지 않은 해장국과, 친구들이 있는 인생의 골목에서 글자로 왕래하며 살다가 어느 날 나의 시간이 온다면 그 시간을 맞이하는 가장 가벼운 마음이 될 것 같은 이 시는 아주 깊어서 아주 무겁지만 또 가볍다. 세상에 크게 매이지 말고 이별하는 그 모든 것들을 마음 편하게 맞아들이자는 숨은 의도가 보이기도 하지만 이별을 통해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뜻에서 결코 이별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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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 의림지에 오시지요/이문희

Photo from Google Images

 

의림지에 오시지요

언제 한번 의림지에 오시지요
저물 무렵 인적이 뜸한 틈을 타서
조요로운 수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시지요
천년 세월이 갈앉아 아뜩하니 떠올린
물비늘 사이사이 푸릇푸릇한 동경이 보이시는지요
당신의 눈길이 물밑까지 닿은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지요
노을이 동경 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던
어느 해 가을날 당신이 앉은 자리 신발 두짝 포개져 있었지요
물주름 겹겹에 그 옛날 우륵의 선률을 눈으로 따라나선 까닭이지요
동경 속 그림이 아름답다고
물오리들 푸드득 깃을 치며 닦아놓은 거울에
물수재비 뜨는 바람의 점술 따읜 믿지 마세요
동경 속에는 아무 그림도 없습니다
달 하나 탱탱하게 들어차 수면에 닿으면
그 즈음에 더할 수 없는 부력을 단
마알갛게 씻긴 당신의 눈길을 거두면 됩니다
건너 편 마악 돋아난 인가의 불빛처럼
어느덧 당신도 누구에게는 아스라한 불빛
맑디맑은 저수지 하나를 품게 된 거지요
돌아갈 걱정일랑 그제쯤 열 길 물속으로 던져버리면 되겠군요
이미 가슴 안쪽까지 훤히 비치는
청사초롱 불 밝혔잖습니까

언제 한번 의림지에 꼭 오시지요

*충북 제천에 소재한 삼한시대 축조된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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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 떨림/ 전상훈

떨림

당신이 손끝만 내밀어도,
아니 당신이 눈빛만 보내어도
내 온 몸이 떨면서 음악소리를 냅니다.

얇은 종이가 물에 젖어가듯
당신의 걸음에 내 맘이 모두 젖어갑니다.
당신은 이토록 감미롭게 당도하는지요.

감미로운 것조차 격렬하면 고통이 되는 것인지,
당신을 기다렸으나 당신 걸음소리를 듣고 보니,
끝까지 감아놓은 가파른 현(絃)처럼
이제 더 감을 여력이 없습니다.

아, 당신
짧게 입맞추고 떠나갈 당신,

가을.

 

**  촛불시민혁명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로 징과 괭과리, 남비 뚜껑, 나팔을 불며 진군했던 나팔부대장 전상훈 대표다. 시를 소개하면서 그가 쓴 저서를 소개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수 백만명이 매주 촛불을 들어야 했던 사연과 발자취를 기록한 그의 저서『촛불시민혁명 승리의 기록』 을 소개한다.

“1967년 2월 대구에서 태어나 서부국, 계성중, 영남고를 다녔다. 소년 시기 박정희·전두환을 대한민국의 참된 지도자로 배웠고 또 믿었다.

1985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1985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알게 된 후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1987년 1월 14일, 사랑하는 동지 박종철 선배가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했다. 동지를 잃은 분노와 슬픔을 품고 6월항쟁 거리로 나서 승리를 쟁취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야권분열에 휘둘리는 민중·민주운동의 현실을 타개하고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백기완 민중대통령후보 운동에 앞장섰다.

1987년 12월 대선 구로구청부정투표 항의농성에 참여하여 처음으로 구속되었다. 1988년 제30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선출되어 활동하다가 두번째로 구속되었다.

1992년 백기완 민중대통령후보의 수행비서로 활동하였다. 1995~1996년 노동운동 및 청년운동에 참여했다가 세 번째 구속되었다.

1996년 석방된 후 생업활동에 뛰어들어 홍보 관련 회사원으로 일했다. 2002년 (주)이지스커뮤니케이션즈를 창업하여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2014년 5월 세월호특별법 제정 거리서명을 시민사회에 제안하고 실행했다. 2017년 6월 현재 강남역 11번 출구 시민 서명지기로 활동 중이다.

2016년 10월 발발한 촛불시민혁명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다. 2016년 11월 혼자 시위하러 나온 시민들과 함께 <시민나팔부대>를 창설했다.

2014년 6월 <세계사연표>, 2015년 3월 <한국사연표>를 발행했다. 2013년 5월 지휘자 서희태와 함께 <놀라온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4년부터 <연탄은행전국협의회> 이사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책은 서점과 인터넷서점에서 판매중입니다. 15,000원. 깊은샘미디어 펴냄 (전상훈 대표 페이스 북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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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 향나무/ 김호천

향나무



찍는 소리 온 산이 울려
공포의 눈을 굴리며
나무들이 떨고
바람도 숨을 죽인다.

떵떵 도끼 찍는 소리에
불안한 눈을 굴려
새들도 가슴을 죄고,
도토리 까던 다람쥐도
저를 압도하는 소리에
일손을 놓는다.

눈을 즐겁게 해 준 향나무
몸을 찢기면서도
아파하는 기색도
불만과 저항도 없이
찍는 도끼날에 향기조차 주는 나무.

찢기고 찢기면서도
도끼 찍는 그의 제삿날
몸을 살라 조상을 모셔도 준다
죽어서도 아름답게 사는 향나무
어머니는 향나무였다.

*** 시는 읽는 자의 몫이다. 이 시는 향나무다. 이 시의 끝 연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과 기억속에 있는 향나무, “죽어서도 아름답게 사는 향나무, 어머니는 향나무였다” 가 왠지 나의 마음에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파문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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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눈길/ 이강화 교수

사진은 해당 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눈길

고향에 가려면 생시나 꿈속이나
항상 눈길을 걸어야한다
추억이라는 것이 이상해서 항시
고향은 눈속에서만 나를 기다리고있다

지치고 허무하기에 살아갈 일도
잊어버린 하루 세월의 겨울날
그늘진 도시의 귀퉁이에서 열심히
바둥대지만 손에 남겨지는 것은
비겁함과 자괴의 흔적들뿐

가끔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할때면 무슨 고향이 눈 속에만 있느냐고
핀잔이나 준다
지금이라도 고향엘 가면
우리가 겨울보다 먼저 도착할거라고
우기지만 현명한 아내는 우리보다
겨울이 먼저 와 있음을 알고있다

고향에 가려면 생시나 꿈속이나
눈길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빈곤한 마음과 영혼이 부끄러운 우리는
오늘도 떠나지 못한 채 도시의 한켠에서
고향의 눈을 조용히 이야기 할 뿐이다

 

*** 여름에 대한 시를 써 주십사 했더니 겨울을 올려 놓으셨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도 일본도 절기에 맞게 곡식의 낱알을 더 여물게 하느라고, 과일의 단 내를 더 깊이 담느라고, 뜨겁게 더 뜨겁게 태양이 작열하고 있다. 덥다! 이 여름 겨울의 시를 읽으며 잠시나마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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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a Cup Of Poem~~ 낮달맞이/홍성재

낮달맞이

홍성재

보고픈
가슴 두고
미소만 짓는 것은

상사는
내 몫이요
눈물도 내 몫이라

차라리
달맞이 되어
밤에 피면 좋겠네.

사진 : 분홍낮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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