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k a Cup of Poem ~~ 비 그리고 거리/이강화 교수

비 그리고 거리

우기에 비발디를 듣고
앙드레 지드를 읽으면
나의 내면은
조금씩 닫혀진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빗물이 눈물처럼 창을 적실 때
고독은 그늘진 길목 어귀에 서서
내게 젖은 손을 내민다

거리와 인파, 건물과 골목,
손과 발, 몸과 영혼이 마주치면
습기찬 공기에 스며드는
타인의 향기와 삶의 냄새

‘우기가 끝나면
떠날거예요’

예기치 못한 이별을 고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은 한 때
나의 심장이었지만

이젠 차가운 빗물이 되어
흘러가 버리고
이별의 슬픔은 안개처럼
나와 도시를 에워싼다

우기가 끝나고
사라진 계절 속의
비발디와 앙드레 지드를
조용히 기억하는 나는

이제,
수채화 속의 형상처럼
투명하고 맑은
우화의 주인공이 된다

*** 우기, 비발디, 앙드레지드, 고독, 거리, 인파, 골목, 도심이 비가 내리는 수채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비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외로움을 끌어내어 빗물에 씻기어 흘러가게 두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엿 보인다. 수채화를 바라보며 ‘투명하고 맑은 우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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